최근 뉴욕타임스 기자 토머스 프리드먼이 쓴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란 책에는 이런 재미있는 내용이 있다. ‘맥도날드 햄버거가 있는 나라끼리는 전쟁을 하지 않는다. ’ 맥도날드는 글로벌화의 상징이고, 글로벌 세계의 가치관은 전쟁을 문제해결의 방법으로 선호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북한엔 물론 맥도날드가 없다. 프리드먼의 이론에 따르면 북한은 맥도날드 본사가 있는 미국과는 물론, 한국·일본과도 전쟁을 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실제로 북한과 한국은 휴전선에서 군사적 대치상태이고, 미·북한 관계도 휴전상태에 놓여있다.

이런 휴전상태를 ‘평화보장체제’로 전환하는 문제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점이 이번 미·북 공동성명의 최대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미·북관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제반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는 성명 문안은 현재의 휴전협정을 평화협정 체결의 방향으로 바꿔나가자는 의미일 것이다.

북한은 94년 4월의 첫 제안 이후 미국에 평화협정 체결을 줄곧 요구해 왔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에 대한 배려와 핵의혹, 미사일 개발 등 북한의 대량파괴 무기 문제 때문에 여기에 응하지 않았다.

미·북 양국이 평화협정 체결을 향한 교섭을 시작할 경우, 문제의 초점은 한국을 어떻게 관련시킬 것이냐 하는 점이다. 공동성명에 한국전쟁을 종식시키는 장(장)으로서 ‘4자회담’을 명기하고 있고, 한국 입장에선 바람직한 일이다. 한국이 새로운 평화보장 체제에 참여하는 것을 북한이 인정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의 남북관계 진전이 가져온 북한의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입장에서 보면 불안한 점을 남긴 공동성명이기도 하다. 일본의 가장 큰 관심사인 미사일(특히 중거리)이나 테러, 납치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성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새 평화보장 체제에 일본도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본에서 주류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사일 문제 등의 해결이 없는 한 남·북한간 화해가 진전되더라도 동북아시아의 안정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많은 일본인은 생각하고 있다.

공동성명은 북한의 계산대로 일·북 수교 교섭을 가속화하는 뒷바람이 될 것이다. 북한은 아마 “미국이 움직이면 일본도 따라온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대북 관계 타개로 외교적 점수를 올리려는 모리 요시로(삼희랑) 일본총리는 “미·북한 관계도 진전됐으니까”라는 대의명분을 갖고 일·북 관계 진전에 신중한 세력이나 일부 여론을 잠재울 수 있다.

공동성명에는 94년 미·북 제네바 합의에서 정한 의무의 완전이행을 재확인했다. 현재 KEDO(한반도 에너지개발기구)를 통한 미국의 중유 제공 등이 미국의 자금부족으로 인해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앞으로 일본에 대해 자금원조를 요청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한 경제협력의 자금문제를 포함, ‘재팬 머니’에 대한 기대가 본격적으로 고조될 것으로 생각한다.

어쨌든 미국 대통령의 북한방문이 내포하는 역사적 의의는 크다. 클린턴 대통령으로서는 자국의 ‘관여정책(Engagement Policy)’이 옳았기 때문에 북한이 변했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평양에도 곧 맥도날드 가게가 생길 것인가. 앞서의 프리드먼의 이론은 이런 설명을 하고 있다. ‘어떤 나라의 경제가, 맥도날드 체인점이 유지될 수 있을 만큼 다수의 중류계급이 형성되는 수준까지 발전하면, 그 나라 국민은 더이상 전쟁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 전쟁보다 햄버거를 주문하는 줄에 서기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북한 경제의 현실을 생각하면 평양에 맥도날드 1호점이 개점하는 것은 아직 장래의 일처럼 보이지만 말이다.

고하리 스스무 /시즈오카(정강)현립대학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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