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명록 특사의 방미기간 동안 국무부의 웬디 셔먼 대북정책 조정관이 보인 갖가지 ‘튀는 행동’이 워싱턴 외교가에서 작은 논란이 되고 있다.

셔먼 조정관은 지난 10일 오전 조명록과 빌 클린턴 대통령의 회동 직후 국무부가 아닌 백악관 기자실에 나타나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자청,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그녀는 이 자리에서 “조 특사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대신해 미·북 관계 개선에 관한 ‘몇가지 아이디어(Some Ideas)’를 전달했다”고 밝혀 궁금증을 부채질했다. 그러나 셔먼 조정관은 정작 이 아이디어의 내용에 대해선 일체 함구, 관계자들의 속만 태웠다는 것이다. 셔먼 조정관은 또 조 특사의 방미전인 지난 5일 기자회견에서 “조 특사 일행에 점심을 한번 낼 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1일 낮 국무부에서 셔먼 조정관이 낸 점심식사 참석자에는 조 특사가 빠져 있었다. 장관급인 조 특사로선 격이 낮은 사람의 점심 초청에 응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번 조 특사의 방미와 관련된 행사 준비는 불과 2주전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에 이어 대북정책조정관으로 임명된 셔먼 조정관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 국무부측은 지난 10일의 조 특사 일행 환영만찬도 ‘20~30명 규모로 하자’는 한국 정부측의 요청을 무시하고 150여명의 외부인사를 초대하는 ‘성대한 파티’를 개최했다.

셔먼 조정관은 또 미·북 고위급 회담의 진전상황을 묻는 한국정부 관계자들에게 지난 6월 남북 정상회담 당시 한국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를 이유로 정보 공유에 비협조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강효상특파원hsk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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