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가 8일 앞으로 다가왔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을 포함해 26개국 정상들이 참석하는 ASEM에서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제반 분야의 협력방안이 논의된다. 이 때문에 통칭 아시아·유럽 지역의 ‘외교 올림픽’으로 불리기도 한다. ASEM 준비로 분주한 이정빈(이정빈) 외교통상부 장관을 12일 본지 ASEM 취재팀장인 정치부 최병묵(최병묵) 차장이 만나 ASEM의 의미와 최근의 미·북관계에 대해 들었다.

―경제도 어려운데 ASEM을 개최하면 무슨 득이 되느냐는 의문을 가진 국민들이 있다.

“세계의 정치·경제는 아시아·유럽·북미 3개 축으로 돼 있다. 이 중에서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할 고리가 없었다. 1994년 싱가포르 고촉통(오작동) 총리가 문제를 제기해 ASEM이 태동한 것이다. 의의는 크게 다섯가지다. 먼저 21세기를 맞아 아시아·유럽의 협력 방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것이다. 둘째로는 우리나라가 외환 위기를 어떤 식으로 극복했는가를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또 우리로선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지지와 협조를 다짐하는 기회도 될 것이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촉구하는 한반도 평화에 관한 서울선언도 채택할 것이다. 아울러 사상 첫 대규모 국제회의를 함으로써 우리의 국제적인 위상을 높이고, 대외 신인도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국내적으로는 ‘국제회의 산업’과 관광 활성화의 계기도 될 것이다. ”

―일부에서 비용 얘기도 하는데, 성과를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외교적 성과란 단기간의 비용으로 따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예를 들어 대통령이 1년에 정상외교를 두 번 정도 한다 해도 6개국 정도에 불과하다. 꼭 숫자로 말하자면 4년 정도에 걸쳐 이룰 수 있는 정상외교를 한 몫에 하는 셈이다. 다자(다자) 정상외교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제위기 때 독일이 맨 먼저 투자사절단을 파견한 것 등은 ASEM과 같은 회의체 참여의 구체적 성과다. ASEM 2차 회의가 열렸던 1998년 EU의 대한(대한) 투자가 28억달러에 불과했는데 다음해 62억달러로 는 것이 좋은 예다. ”

―올해 북한이 EU 9개국에 수교를 제의하기도 했는데 한반도 평화선언이 EU 국가와 북한의 외교관계 정상화를 앞당길 것으로 보는가.

“남북한간에 진행되는 문제와 EU 개별 국가와 북한과의 양자 관계를 구별해야 하지만 전체적으로 말하면 상당히 우호적인 관계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

―ASEM에 북한을 참여시키는 문제는 어떻게 전망하나.

“북한이 ASEM에 참여하는 방법은 회원국으로 가입하는 것과 ASEM 협력사업에 참여하는 길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아직 ASEM의 가입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 이번에 논의할 것이다. 북한뿐 아니라 여러 국가가 가입을 희망한다. 우리는 어느 국가든 가입에 제한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이 우리와 함께 ASEM에서 활동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북한이 회원국 가입 전이라도 개별 사업, 즉 2500만달러 상당의 장학사업 등에 참여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

―조명록(조명록)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방미로 미·북 관계가 급진전 기미를 보이고 있는데, 향후 전망은?

“여러 예측이 나오는데 잘못된 것도 많다. 북·미관계가 획기적 전환점을 맞은 것은 사실이나 어느 수준에서 언제 무엇이 이뤄질 것인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다만 가까운 시일 안에 북·미관계가 발전할 것이라고 말할 수는 있을 것이다. ”

―‘테러 지원국’ 해제 시점은 언제로 봐야 하나.

“북한이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여러 조건이 있다. 반(반)테러 협정에 가입하고, 테러 행위자에 은신처를 제공하지 않고…. 또 보통 반테러 선언을 한 후부터 해제까지는 6개월이 걸린다고 하는데, 그것도 기산점을 어디로 하느냐는 기술적인 문제들이 있다. ”

/정리=이하원기자 may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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