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납치됐던 일본인들의 사망 과정과 사후 조치 등에 대한 북한 당국의 설명은 누가 들어도 선뜻 납득할 수 없다. 북한측 해명은 일본 유가족들과 여론의 분노를 달래기는커녕 오히려 증폭시켰고, 일본 정부는 조사단을 다시 북한에 보낼 방침이다.

사망자 8명 중 7명의 묘소가 홍수로 유실돼 버렸다는 주장부터가 수상쩍다. 한 군데 모여 있던 것도 아니고 여러 곳에 흩어져 있었다는 묘소들이 같은 해에 한꺼번에 사라져버린 것을 우연으로만 보기에는 영 석연치 않은 것이다. 유해 조사를 통해 정확한 사망원인이 규명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속임수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8명의 사인에 대한 북한측 해명도 구체적 증거나 정황이 뒷받침되지 않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 찜찜하기는 매일반이다. 과연 처형이나 사고로 위장한 살해 등은 없었는지 의문이다.

북한은 납치 책임을 물어 지난 98년 두 명을 중형에 처했다고 밝혔지만, 왜 납치를 한 지 20년이 지나서야 처벌을 했는지 알 수 없는 일이고, 이들이 정말로 이 일로 처벌받은 것인지도 확실치 않다. 게다가 특수기관들이 경쟁적으로 외국인 납치 공작을 벌였다고 하면서도 이 특수기관들을 총괄하는 사람이 누군지를 밝히지 않은 것도 문제다. 일본 관방장관이 ‘지도자 책임론’을 거론,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겨냥한 것도 이런 연유일 것이다.

일본인 피랍자 문제를 북한이 어떻게 풀어나가는가에 대해 우리가 비상한 관심을 갖는 것은 북한이 납치해 간 한국인이 수천, 수만명에 달하고, 이것은 남북 간에 풀어야 할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북한이 과거의 야만적 행위를 스스로 어떻게 청산해 나가느냐 하는 것은 북한이 과연 국제사회의 정상적인 일원이 될 수 있는지를 가늠해 보는 중요한 시금석이기도 하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