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광위 국감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제기한 ‘KBS, MBC의 북한공연 수백만불 제공의혹’은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최근 남북 방송교류라는 명분으로 공영방송이 경쟁하듯 북한공연을 갖는 것이 시청자를 위한 일인지도 의문이지만 상당액의 뒷거래가 있다면 이는 교류가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퍼주기이기 때문이다.

KBS는 추석맞이란 이름으로 ‘남북 교향악단 합동연주회’를 평양에서 생중계 하는 데 140만달러(약 16억8000만원)를 썼다고 보고했다.

MBC는 ‘이미자의 평양 동백아가씨’ 등 두 차례 공연에 60만달러(약 7억2000만원)의 사업비와 별도로 시가 60만달러 상당의 컬러TV 5000대를 북측에 제공했다고 한다. 양 방송사가 9월의 평양공연에 공개적으로 밝힌 비용만 260만달러에 이른다면 돈잔치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에 북한 공연을 성사시키려면 거액의 뒷돈을 주어야 한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방송사측은 뒷거래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평양공연을 추진했던 기획자들은 ‘입북료’라고 말할 정도다.

김병호 의원도 국감에서 ‘KBS와 MBC가 평양공연을 위해 북측에 각각 100만달러 혹은 200만달러 입북료를 따로 제공했다는 말이 많다”고 밝혔다.

공연이나 합작 등 남북의 문화·방송교류는 활성화되어야 하지만 상호주의원칙에 따라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대중가수 평양공연에 컬러TV 5000대가 왜 필요한지, 또 그렇게까지 하면서 남북교류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양 방송사는 의혹만 키울 게 아니라 북한공연에 사용한 비용의 실제 내역을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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