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 노동당 창건 55주년 기념일에 초청받은 인사들의 방북을 조건부로 승인함에 따라 방북 희망자 30여명은 9일 북측이 제공하는 특별기편으로 방북하게 됐다. 행사 참석을 둘러싼 남쪽 내부의 의견이 엇갈린 상황에서 방북이 성사됨에 따라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의 방북 승인

정부는 7일 단체당 3명 한도 내에서 방북을 승인하기로 하고, 8일 방북신청자들에 대한 교육 과정에서 ‘단순 참관 외의 정치적 언동을 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받았다. 그러나 재판 계류 중인 사람은 방북허가 대상에서 제외했고, 범민련 남측본부와 한총련 등 법원에 의해 ‘이적(리적)단체’로 규정된 2개 단체는 방북을 불허했다.

남측은 북측에 대해 판문점을 통한 육로 방북을 제의했으나 북측은 8일 오전 평양방송을 통해 특별기를 김포로 보내겠다고 통보했고, 우리 측은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이 충분히 협의해 내린 결론”이라고 밝혔으나 누가 언제 어떤 경로로 그 같은 ‘협의’를 했는지는 밝히지 않아 의문을 남겼다.

◆방북 신청 단체들의 반발

14개 방북신청 단체들 가운데 13개는 정부 방침에 반발했다. 한완상(한완상) 경실련 통일협회 이사장 등 6명은 8일 박재규(박재규) 통일부 장관을 면담, “‘재판 계류 중’ 또는 ‘조사 중’이라는 이유의 방북 불허는 곤란하다”고 항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민주노동당, 전국연합 등 8개 단체는 ‘재판 계류 중인 사람을 제외한 것은 일련의 정치적 의도를 깔고 있다’고 비난하며 방북 의사를 철회했다가 민주노총을 제외하고는 8일 밤 늦게 방침을 번복, 방북하기로 했다.

◆방북자 규모

8일 통일부가 두 차례 실시한 방북자 교육에는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과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10개 단체 대표와 박순경 전 이화여대 교수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민노당과 전농은 대표자가 재판계류 등의 이유로 방북이 불가능해지자 한때 방북 포기 의사를 밝혔다가 지도부의 다른 사람을 파견하기로 했다. 방북 단체들은 그러나 평양에 수행할 ‘지원 인원’을 추가로 요구, 정부로부터 5명을 더 받아냈다.

◆방북 논란

이번 방북이 남북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자칫 노동당 창건 ‘축하 사절’처럼 변질될 경우 남한 내부에서 논란이 일 가능성이 크다. 북한측의 초청을 받았으나 완곡히 거절하기로 한 경실련은, 산하의 ‘통일협회’가 방북신청을 한 것은 경실련 본부의 결정을 무시한 독단적 결정이라고 밝혔다.

/윤정호기자 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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