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正男
엇그제 조선일보 1면에서 경의선 연결공사를 위해 지뢰지대의 삼림을 폭파하는 사진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DMZ(비무장지대) 안의 지뢰를 제거하기 위해 꼭 폭발물을 터뜨려야만 하는지….
멀쩡한 숲이 순식간에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DMZ의 자연보존을 위해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은 우울하다. 꼭 이런 방법밖에 없는 것인가. 경의선이 개통되고 동해선을 복구하는 것을 나무랄 사람은 없다고 본다.

경의선 지역에 폭 250m, 동해선 지역에 100m의 도로와 철길이 DMZ를 통과한다면 약 42만평의 지역이 초토화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DMZ의 가치를 구구하게 논할 생각은 없지만 우리는 하나를 얻기 위해 또 다른 하나의 귀중한 자연자원을 별 생각 없이 파괴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확인된 그 지역의 매장된 지뢰 숫자는 수 천개라고 한다. 이를 모두 폭발에 의해서 제거한다면, 그로 인해 파괴될 자연은 얼마나 될 것인가. 단순히 폭발로 지뢰를 없애겠다는 발상이 너무 원시적인 것 같다. 잘 훈련된 특수 부대원이 지뢰를 찾아내고 조심스럽게 접근하여 뇌관을 뽑아 안전하게 지뢰를 제거하는 장면은 정녕 영화에서나 볼 수밖에 없는 것일까.

경의선이나 동해선 철로가 삭막한 황톳빛 운동장을 뚫고 달리는 것 보다는, 우거진 숲 사이를 달리게 할 수는 없는 것일까. 앞으로 남북의 해빙무드가 DMZ의 전 지역에 영향을 미친다면 지뢰제거는 필수적으로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때도 이와 같은 삼림 폭파방식을 사용한다면 또 얼마나 많은 숲이나 생태계가 훼손될까.

지난 50여년 완벽하게 보존된 DMZ는 이미 자연과 환경, 생태 측면에서 그 가치를 널리 인정받고 있는 곳이다. 우리는 이 지역을 자연 그대로 보존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믿는다. 우리도 더 늦기 전에 자연과 환경을 배려해야 할 때가 됐다. 정부의 원모심려(遠謀深慮)를 촉구한다.
/DMZ연구회 회장·경기도 용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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