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국의 식량문제는 개인농을 해야 해결된다는 제의서를 10년 전 중앙당 제1호 편지(김정일 위원장 앞으로 보내는 편지)로 보냈던 농업과학원 연구원 이민복입니다. 10년이 지나서 다시 제1호 편지를 남쪽에서 쓰게 되니 뭐라고 심경을 표현할지 모르겠습니다.

북에 있을 때 나는 과학자로서 개인농을 했을 때 집단농보다 알곡이 300∼500%나 더 난다는 것을 시험과 경험을 통해 확인하였습니다. 당시 중앙당에서는 과학원에 위임하여 과학지도국장을 평양에서 멀리 떨어진 현지에 있던 나에게 보냈습니다.

“당신 말이 과학적으로는 옳다. 그러나 이 문제는 정치다. 당신은 이 문제에 상관 말고 과학자로서 연구사업만 하라”고 타이르는 것이었습니다. 식량난 해결의 결정적 방법을 정치라고 외면하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내가 남으로 온 이유도 개인농을 하면 공화국의 식량난은 해결된다고 마음껏 소리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10년 전 공화국의 농업생산효과성은 30% 정도였는데 현재는 10% 이하로 알고 있습니다. 여기 와보니 농업생산효과성은 95% 이상이었습니다. 왜 이렇게 현격한 차이가 날까요.

흔히 공화국의 농업기술이 낙후하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북과 남을 체험하여 보니 공화국의 농업기술은 오히려 남쪽보다 월등한 면이 적지 않아 북한 과학자로서 긍지를 가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농업생산의 3대 조건(종자, 경지, 기후)을 놓고 대비해 봅시다. 종자를 보면 공화국에서 가장 많이 심는 강냉이는 남한보다 상당히 앞서 있습니다. 벼종자는 남과 북이 대등한 수준이라고 봅니다. 그런데도 남쪽 과학자가 ‘북한 옥수수심기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수퍼 옥수수는 남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북에 있습니다. 정보당 16톤이나 나는 ‘키낮은 옥수수’가 80년대 중반에 생산, 도입되고 있는 것을 직접 목격했던 과학자의 양심으로 증언합니다.

북의 1인당 경지면적은 남쪽의 두 배입니다. 이남의 총 경지면적 200만 정보에 비해 북은 논 대신 밭이 많아 총 219만 정보라고 인정되고 있으며, 인구는 북이 남의 절반도 안 됩니다.

기상기후도 남과 북이 같은 기후대로서 별 차이가 없습니다. 그런데 왜 북쪽만 식량난이 제기될까요?

식량문제의 근본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안 됩니다. 중국도 동구권도 구소련도 베트남도 쿠바도 이 근본문제를 해결하는 데 과감할 수밖에 없지 않았습니까. 이 편지는 꼭 김 위원장에게 보여지리라 믿습니다. 남쪽의 주요 신문이 위원장의 요구로 직송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민복 전 북농업과학원 연구원

1999년~2000년 북한 식량 사정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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