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권이 북한 김정일 정권과 검은 뒷거래를 해온 것이 사실이고 이제 그 실체가 벗겨지기 시작하는 것인가. 현정부가 재작년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해 미화 4억달러를 북한에 전달했다는 주장이 25일 국회에서 제기되었고 이를 뒷받침하는 내용의 관계자 증언이 나왔다.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의 주장은,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에 지원한 돈이 곧바로 현대아산으로 넘어가 북한으로 갔다는 것이고, 당시 산업은행 총재는 이 돈의 채무자가 현대가 아니라 사실은 정부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증언했다. 물론 정부 핵심관계자들은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지만, 관련 주장과 증언의 구체성을 무력화시키기에는 턱도 없이 부족해 보인다.

남북 정상회담은 현 정부 햇볕정책의 알파요 오메가, 그리고 그 존재이유라고 할 수 있다. 김 대통령은 이것으로 저 고명(高名)한 노벨평화상까지 받았다. 그런데 그 정상회담이 거액의 뒷돈을 갖다 바치고 얻은 것이었단 말인가? 김정일이 이 돈을 받았다면 필시 그는 이것을 현정부의 약점으로 삼아 두고두고 위협용으로 우려먹었을 것이다. 현정부가 그토록 대북 저자세와 눈치보기에 급급했던 까닭을 이제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돈을 주었다면 그 4억달러 뿐이었겠는가.

그동안 남북간에 돈 거래가 있었다는 주장과 소문은 줄곧 파다했다. 일부 외신의 보도도 있었다. 그때마다 정부는 길길이 뛰었지만 의혹은 가시지 않았고, 이제 그에 관한 구체성 있는 증언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만사를 제쳐두고라도 이 엄청난 의혹을 하루속히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한다. 문제가 된 돈의 흐름과 그 주변을 샅샅이 추적하고, 청와대와 국정원 등의 관련자들을 조사만 해봐도 진실의 일단은 얼마든지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

현정부 스스로 최대 치적으로 내세워온 대북 햇볕정책이 이 같은 음험한 돈거래와 음모로 이루어져온 것이 사실이었다면,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역사적 반역이자 죄과가 될 것이다. 한반도의 시국은 이제 중차대한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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