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엄호성 의원의 주장은,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에 지원한 돈이 곧바로 현대아산으로 넘어가 북한으로 갔다는 것이고, 당시 산업은행 총재는 이 돈의 채무자가 현대가 아니라 사실은 정부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증언했다. 물론 정부 핵심관계자들은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지만, 관련 주장과 증언의 구체성을 무력화시키기에는 턱도 없이 부족해 보인다.
남북 정상회담은 현 정부 햇볕정책의 알파요 오메가, 그리고 그 존재이유라고 할 수 있다. 김 대통령은 이것으로 저 고명(高名)한 노벨평화상까지 받았다. 그런데 그 정상회담이 거액의 뒷돈을 갖다 바치고 얻은 것이었단 말인가? 김정일이 이 돈을 받았다면 필시 그는 이것을 현정부의 약점으로 삼아 두고두고 위협용으로 우려먹었을 것이다. 현정부가 그토록 대북 저자세와 눈치보기에 급급했던 까닭을 이제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돈을 주었다면 그 4억달러 뿐이었겠는가.
그동안 남북간에 돈 거래가 있었다는 주장과 소문은 줄곧 파다했다. 일부 외신의 보도도 있었다. 그때마다 정부는 길길이 뛰었지만 의혹은 가시지 않았고, 이제 그에 관한 구체성 있는 증언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만사를 제쳐두고라도 이 엄청난 의혹을 하루속히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한다. 문제가 된 돈의 흐름과 그 주변을 샅샅이 추적하고, 청와대와 국정원 등의 관련자들을 조사만 해봐도 진실의 일단은 얼마든지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
현정부 스스로 최대 치적으로 내세워온 대북 햇볕정책이 이 같은 음험한 돈거래와 음모로 이루어져온 것이 사실이었다면,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역사적 반역이자 죄과가 될 것이다. 한반도의 시국은 이제 중차대한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