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오는 9일부터 워싱턴에서 열리는 조명록(조명록)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간의 고위급회담을 의미있는 진전으로 평가하면서도, 성과에 대한 전망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반응과 유보적인 반응이 엇갈렸다. 다음은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교수,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대사,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재단 집행국장 등과의 3일 전화 인터뷰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돈 오버도퍼=매우 중요한 회담이다. 북한 실세인 조 부위원장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솔직히 놀랐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합의될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지만, 회담 후 공동성명을 통해 양국간의 관계 증진을 도모하겠다는 입장이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 양국이 뉴욕회담에서 북한 핵과 미사일,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 등 구체적인 현안들에 대해 어느 정도 조율을 했느냐가 관건으로 보인다. 양국간의 군사적인 문제도 광범위하게 논의될 것으로 보이지만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는 선에 그칠 것 같다.

▲도널드 그레그=지난 2일 미·북뉴욕회담의 양측 수석대표인 찰스 카트먼 평화특사와 김계관(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만났는데 분위기가 무척 좋았다. 구체적인 얘기를 듣지는 못했지만, 고위급회담이 잘 진행될 것이라는 예감을 받았다. 지난주 서울에서 만난 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은 남북대화 진행상황에 매우 확신에 차 있었고, 한국 정부가 이번 미·북 고위급회담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번 회담에서 군사적인 이슈가 논의될 경우 북한은 강한 군사력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할 것 같다. 북한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문제를 제기한다면, 미국은 그 이슈는 남·북한간의 문제라는 태도를 보일 것이다.

▲고든 플레이크=북한은 그동안 미국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해제하지 않으면 고위급회담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는데, 서열 3위의 실세를 보내기로 한 것은 일종의 양보다. 미국은 조 부위원장과 빌 클린턴 대통령의 면담 일정을 잡아줌으로써 이에 상응하는 예를 갖추었다. 이번 회담을 통해 양국은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할 수는 있겠지만 현안들이 당장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는 북한이 추가적인 안전보장 조치에 대한 대가로 요구하는 경제적 이득을 미국이 줄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테러지원국 문제도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국이 북한의 결정적인 조치가 없는 한 풀어주기 어렵다.

/워싱턴=주용중기자 midw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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