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오는 10일 노동당 창건 55주년을 즈음해 노동당 규약 중 ‘적화통일’을 명시한 부분 등을 삭제할까?

북한의 김정일(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6월 남북 정상회담 때 김대중(김대중) 대통령에게 “당규약은 가을쯤 당대회를 열어 개정할 수 있다”고 언급했었다. 당시 김 위원장은 규약의 어떤 부분을 개정할 것인지 분명하게 밝히진 않았으나, ‘한반도 전역의 공산화’를 명시한 부분인 것으로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받아들였다. 또 김 위원장이 밝힌 ‘가을쯤’은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55주년 무렵일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4일 현재까지 당대회가 열릴 조짐은 전혀 포착되지 않는다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아직 당대회 소집 공고가 나오지 않고 있다.

당대회는 규정상 3개월 전에 공고해야 하며, 1980년 10월 6차 당대회(22일 전 공고)와 1970년 11월의 5차 당대회(20일 전 공고) 경우를 감안해도 최소한 20여일 전에는 공고해야 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당창건 55주년 행사를 성대히 준비하고 있는데, 당대회를 공고도 없이 슬며시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김정일 위원장도 지난 8월 남한 언론사 사장단을 만난 자리에서 “김 대통령이 당대회를 언제 하느냐고 물어 ‘가을쯤 할 생각’이라고 대답했으나, 남북정세가 급히 바뀌어 모든 걸 다시 준비하게 됐다”며 연기를 시사했었다.

당 규약은 당대회에서 개정·보완할 수 있다. 때문에 당대회가 열리지 않는 상황에서 당규약 개정은 어렵다는 게 정부 당국자와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10월 10일을 넘기면, 금년 내에 당대회가 열리긴 어렵고, 규약 개정도 자연히 내년으로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지적대로 남북정세를 감안할 경우,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 이후로 연기될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방문 때 평화체제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으며, 이럴 경우 남·북한 모두 상대를 적대시(적대시)하는 법과 규정들을 손질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설명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남북관계, 대미(대미)관계 개선 등을 감안해 연내 당대회는 못 열어도, 이를 대신하는 ‘당 대표자회’를 열어 ‘적화통일’을 명시한 규약을 개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김인구기자 gink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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