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같으면 목이 달아났을 일인데…. ”

주미 한국 대사관의 한 외교관은 2일 북한 실세인 조명록(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9일 워싱턴을 방문하는 ‘사건’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참, 세상 많이 변했습니다. 아마 대사가 소환되고, 외무장관이 경질될지도 모르지요. ” 그는 과거 남북한 대결외교의 추억을 되새기는 중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정반대로 쌍수를 들어 (미북 고위급회담을) 환영해야 할 입장 아닙니까. ”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최근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진전되고 있다”고 표현했듯이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는 그동안 미국과 북한 양측에 관계 정상화를 촉구해왔다. 미북 고위급 회담 일정이 전격적으로 잡힌 것은 한국 정부의 이같은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는 입장이다. 대사관 관계자들은 요즘 조 부위원장의 방미를 둘러싼 세부사항을 미국측과 협의하기 위해 연일 특근 중이다. ‘공항에 환영나가야 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세계 경영을 하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미북 고위급회담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충돌사태나 유고슬라비아의 대선 후 불투명한 정국 상황에 밀려 그렇게 큰 관심을 끌고 있지는 못하지만, 국무부 관계자들은 기대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필립 리커 국무부 대변인은 2일 “우리는 조 부위원장의 방미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미북관계가 이번 기회를 통해 개선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주용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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