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록 북한 군 총정치국장의 방미에 관한 국내 전문가들은 미·북간 평화협정 체결 등 군사문제를 주로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종석(이종석) 세종연구소 연구위원=군부 책임자인 조명록이 미국에 간다면 미사일 문제 등을 포함해서 전쟁과 평화문제를 다루기 위한 것이다. 미사일 등을 포함해 관계개선 의지가 있다고 보인다. 협상에서 타결이 될 때 이행의지도 북측이 갖고 있다고 본다. 군 책임자가 미·북 협상에 직접 나섬으로써 군부 내부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페리 프로세스가 진행되려면 미·북 협상이 진전돼야 하고, 테러국 해제를 위한 북측의 의지도 있어야 하는데, 북측이 그것을 보여준 것이므로 페리 프로세스가 가동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유호열(유호열) 고려대 교수=미·북회담에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았나 싶다. 미·북 고위급 회담을 한다고 하다가 1년간 별로 진전이 없었다. 미국과 북한 사이에 걸려있는 문제가 미사일·핵 등 군사관련이다. 조명록은 그 문제에 대해 책임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미국도 그런 사람이 와서 회의를 하면 보증수표다. 클린턴은 후임 대통령이 누가 되든지 간에 자신의 임기를 만료하면서 북한문제에 대해 한 단락을 짓고 싶을 것이다.

▲송영대(송영대) 전 통일부 차관=북한은 클린턴이 물러나기 전에 관계를 진전시키려는 의도 같다.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클린턴 행정부보다는 대북정책이 좀더 강성을 띠거나 경직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테러국 해제 등 클린턴 퇴임 전에 어떻게든지 관계를 개선하고 기정사실화해 놓아야 미국의 차기 정부가 북한에 대해 강력한 정책을 펴기 어렵다.

더 중요한 것은, 북한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것을 모색하고 있고, 미국과 그런 문제를 협의하려고 들 것이다. 평화체제가 이뤄지면 유엔군사령부 해체문제와 주한미군 문제가 쉽게 북한 입장에서 볼 때 해결될 수 있다. 평화입장이 되면 유엔사 해체가 불가피하고, 주한미군 철수 분위기가 조성된다. 바로 이것을 북쪽이 노린 것이다. 전략적 목표를 염두에 두고 북쪽이 움직인다.

▲고유환(고유환) 동국대 교수=김용순 비서가 미국에 갈 가능성이 많았는데 조명록이 간다는 것은 아마 미·북간에 평화체제 관련 논의가 있지 않나 싶다. 군사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논의할 것 같다. 미·북간에 해결할 안건이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것이고, 현재 남쪽에서 남북평화협정 이야기가 나오고 미·북간 협정이 안 맺어지면 정전체제가 평화체제로 이뤄질 수 없다. 북한이 이원화 전략으로 나올 수 있다. 남북간 평화협정을 맺고, 다음 미·북간 평화협정을 맺는 것이다. /윤정호기자 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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