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제주에서 끝난 제3차 남북 장관급회담은 상당 부분 원론적 합의에 그쳤다.

남측은 당초 1·2차 장관급회담, 1·2차 적십자회담, 국방장관회담, 경제협력 실무접촉 등 6·15 공동선언 후 열린 회담을 총정리하고 미흡한 부분을 구체화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남측은 협상 과정에서 이산가족 생사확인과 서신교환의 규모를 확대하도록 합의문에 명시하려고 했고, 김영남(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방한 시기, 교수·대학생·문화계 인사 교류, 서울·평양 축구대회 부활, 해외동포 고향방문의 시기 등도 못박으려 했다.

그러나 북한측의 반대에 부딪혀 이 같은 사항들이 모두 ‘협력’, ‘긍정적 연구·검토’, ‘추후 협의’ 등 모호한 표현으로 공동보도문에 나타났고, 해외동포 문제는 아예 빠졌다. 장관급회담 기간 중에 정부가 발표한 식량차관 50만t의 분배 투명성 확보 방안도 거론 수준에 만족해야 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숨가쁘게 진행돼 오던 남북관계가 ‘숨 고르기’로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과 함께, 남북한 교류가 일정 부분 진전돼 제도화 단계로 접어드는 것을 북한측이 꺼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풀이도 나오고 있다. 북한측이 제도화보다 시범적인 교류에 치중하고 있는 듯한 인상은 남북접촉에 나섰던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의 남북교류 확대는 상당 부분 북한측의 성의에 달려 있는,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 됐다.

공동보도문에 현안 논의의 시기 등이 명확하지 않게 표현됨으로써 언제까지 문제를 매듭지을 것인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남북 모두 시급성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던 고령 이산가족의 생사확인과 서신교환도 그렇고, ‘비전향장기수 송환 후 즉시 적십자회담을 열어 협의·확정한다’(6월 말 1차 적십자회담 합의)는 면회소 설치 문제도 마찬가지가 됐다.

따라서 이번 회담 결과, 국내적으로도 남북회담의 효율성 문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비용을 들여 남북의 장관급이 3박4일씩 만났지만, 가시적 성과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사전에 일정과 의제 등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회담을 시작한 것은 잘못(송영대·송영대 전 통일부 차관)이라는 지적도 이래서 나오고 있다. 이번 회담이 남북회담의 절차나 형식을 재점검하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새로운 과제를 남긴 셈이 됐다.

/최병묵기자 bmchoi@chosun.com

◇3차 장관급회담 남북한 입장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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