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0일은 한러수교 10주년 기념일이었다. 한국과 러시아 양국이 지난 10년 동안 겪은 변화의 폭은 상상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엄청난 것이다.

소련은 사라지고 그 계승자인 러시아가 시장경제와 민주사회로의 변화의 길목에서 몸부림치고 있다. 한국도 10년 동안 두 차례의 정권교체와 IMF사태를 겪었다.

90년 한러수교 이후 한국인들의 러시아 진출은 지난 10년간 눈에 띄게 늘어났다. 모스크바 중심가에서는 자주 한국인과 만날 수 있다. 주요 상점마다 한국 상품이 진열돼 있으며 대학마다 한국인 유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특히 한국인 타운으로 일컬어지는 코시킨가(가)에는 한국인 호텔, 한국식당, 단란주점, 한국 식품점, 비디오가게, 미장원, 맥주집 등이 들어섰다. 한국어로 발행되는 생활정보지만도 3종이나 된다. 한국어만 가지고도 기본생활하는 데 큰 불편이 없을 정도다.

현재 한국 교민 수는 약 3000명. 그 중 유학생이 약 1450명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들은 대개 러시아어나 러시아문학, 음악, 발레 등을 전공하는 사람들이다. 10년 전 소련과의 수교 직후에는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소련 붕괴 이후에는 이념의 퇴조와 함께 러시아의 국제적 지위가 하락하면서 사회과학 전공자는 격감했다.

한국인 교민수는 90년 수교 이후 계속 증가했다. 98년 8월 러시아 모라토리엄 선언과 98년 말 한국 IMF사태로 한때 크게 줄어 들었다가 최근 다시 증가 추세로 돌아섰다.

러시아인들의 한국 진출도 괄목할만 하다. 수교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나던 한국 입국자는 98년 부채 지불유예선언을 계기로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매년 5만명을 넘어선다. 이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물건을 사가는 소규모 수입상들이다.

물론 양국 관계가 순조로웠던 것만은 아니다. 98년 이른바 스파이 사건으로 양국 외교관이 맞추방되는 사태를 겪었다. 또 최근 러시아가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면서 우려의 소리가 나오고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한러관계 발전은 이미 대세라는 것이 양국 관계자들의 일반적 평가이다.

/모스크바=황성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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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별 한국·러시아 입출국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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