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부임한 후 한국 언론과는 처음으로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가진 에반스 리비어(51·Evans Revere) 주한미국대사관 정무공사(흔히 ‘부(부)대사’로 불림)는 28일 “한국이라는 문을 열고 아시아에 입문(입문)했으며, 한국의 창(창)을 통해서 아시아를 알게 됐다”는 말로 한국 국민들에게 인사를 했다.

광화문 주한미국대사관 집무실에서 만난 리비어 부대사는 최근 양성철(양성철) 주미대사의 발언파문을 의식한 듯, 민감한 부분에서는 “기자의 임무는 신문 헤드라인을 만드는 것이지만, 외교관은 그렇지 않게 만드는 것”이라는 유머로 예각(예각)을 피해나갔다. 그러나 최근의 한미관계, 미군기지의 환경문제에 대해서는 비교적 솔직히 견해를 밝혔고, “남한뿐만 아니라 북한에도 좋은 친구로 기억되고 싶다”는 말도 했다.

그는 프린스턴 대학에서 동아시아학을 전공했으며, 1969년엔 오산 미 공군기지에서 사병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79년 국무부에 들어가 외교관으로 일본·중국 등 동아시아에서 골고루 근무했다. 주한 공사로 오기 직전에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냈다.

―남북관계가 진전되면서 한국 사회 일부에서 주한미군 철수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며, 반미감정이 높아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미국에 대해 감사하며 우호적인 감정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반미감정은 소수가 느끼는 것이라고 본다. ”

―미군 용산기지의 독극물 방류사건에 이어, 한 시민단체가 원주의 미군 부대(캠프 이글)에서도 폐유가 방류됐다고 주장했다.

“용산기지 독극물 사건의 경우 주한미군은 신속히 상황을 파악하고 시정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캠프 이글에 대한 시민단체의 주장에 대해서는 그 주장이 명확히 잘못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캠프 이글은 오래 전부터 폐유로 환경이 오염돼서는 안되겠다는 일념 하에 많은 돈을 들여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 미국인들만큼 환경문제를 중요하게 인식하는 나라도 드물다. 그렇기 때문에 주한미군 모두가 미국과 마찬가지로 친절한 이웃이 살고 있는 한국 환경을 똑같이 깨끗하게 보전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 ”

―현재 진행 중인 주한미군 지위에 관한 한미행정협정(SOFA) 협상에서 환경규정을 신설하는 것이 리비어 부대사의 말과 일치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는데.

“환경문제를 비롯한 한국정부의 입장을 미국이 굉장히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

―미·북 관계 개선은 현재 어느 단계에 와 있는가?

“수년동안 미·북 관계는 어렵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왔다. 때에 따라 약간의 후퇴는 있었으나 계속 긍정적 방향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미·북 관계는 현재 분위기 면에서나 앞으로의 협상 잠재성 면에서 볼 때 가장 좋은 시점에 와 있다. 협상 내용뿐만 아니라 협상 관계자끼리도 친밀한 관계다. ”

―미국은 남북 정상회담 이후의 북한의 군사력과 부대 배치에 변화가 있다고 파악하는가?

“북한이 매우 강력한 군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북한의 군사력은 한·미 양국에 우려가 되고 있다. 한·미 양국이 계속해서 강력한 억지력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강한 파트너십을 통해 전쟁 억지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

―27일 한국 정부는 식량차관 50만t을 포함, 총 60만t의 식량을 북한에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은 지금까지 북한에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서 식량을 지원했는데, 그렇게 한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이 지원하는 식량이 올바른 경로를 통해서 제대로 모니터돼서 정말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배급될 수 있도록 한다는 목적에서 그렇게 했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대북 식량지원도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배급될 수 있기를 바란다. ”

―미국이 파악하고 있는 북한의 식량난은 어느 정도인가?

“아직까지도 상당히 심각한 것으로 알고 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추가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결정을 하지는 않았으나 WFP에서 북한을 지원하기 위한 홍보를 할 경우 미국은 여기에 긍정적으로 답할 것이다. ”

/글=이하원기자 may2@chosun.com

/사진=정경렬기자 kr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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