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8월15일 열기로 합의한 ‘경평전(경평전)’은 단순한 축구경기라기보다는 남북이 같은 뿌리임을 확인하는 상징적 행사로서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경평전은 지난 6월 남북 정상회담때부터 교류의 물꼬를 틀 첫 단계로 꼽혀왔다. 북한의 김정일국방위원장은 당시 “(경평전은) 과거부터 유명한 시합이었으니 추진해 성사시키는 것이 좋겠다”고 말해 적극적인 재개의사를 보여주었다.

경평전은 일제시대인 1929년부터 조선일보 주최로 열렸던 서울과 평양의 축구대항전이 그 효시다. 조선일보는 축구를 통해 전 민중을 단합시키고, 청년들에게 민족정기를 함양시키겠다는 목적에서 이 대회를 개최했다. 이 대회는 조선일보 주최로 1929년과 30년 잇따라 열린 뒤, 33년부터는 조선축구협회의 주도로 2년간 더 계속돼다가 38년 경성·평양·함흥 등 3도시 대항전, 전도시 대항전 등으로 면면히 이어지면서 오늘날 한국축구의 모태가 된다. 조선일보가 주최했던 초창기 경평전은 경기가 열릴 때면 평양의 온 시가가 철시를 하고, 경기장 주변이 기생들이 타고온 인력거로 미어지는 등 당시의 최고 스포츠행사로 인기를 끌었다. 경평전은 해방직후인 1946년 3월 마지막으로 열렸다가, 지난 90년 ‘남북통일축구’라는 이름으로 서울과 평양에서 한차례씩 경기를 갖는 등 일시적으로 부활한 바 있다.

경평전은 지금까지 모두 23차례 경기가 열려 종합전적에서는 평양이 10승7무6패로 서울을 앞섰다. 대한축구협회 조중연(조중연) 전무는 “한국축구의 뿌리인 경평전이 부활해 축구인으로서 너무 감격스럽다”며 “경평전이 새로운 남북관계를 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잘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옥대환기자 ros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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