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간 교환관광 합의에 따라 이뤄진 백두산 관광(22~28일)에 참가하고 귀국한 한나라당 남경필(남경필), 민주당 최용규(최용규), 자민련 정진석(정진석) 등 여야 의원 3명은 이번 관광이 김일성(김일성) 항일투쟁 사적지 위주로만 짜여진 것에 항의, 이틀간 관광 일정을 거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자민련 정 의원은 29일 “6박 7일간의 전 일정이 김일성(김일성)의 항일투쟁 밀영지 등 ‘우상화 교육’의 현장을 체험케 하는 것이어서 의원 3인이 3·4일째 일정을 거부했더니, 마지막 1박2일 일정이 묘향산과 평양시내 관광으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우리는 정부 당국자들이 졸속으로 만든 관광 일정에 대해 각성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관광 일정을 보이콧한 것”이라면서 “우리 당국자들은 ‘북한 관광이 원래 그런 것 아니냐’며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남 의원은 “북측이 일정을 전혀 알려주지 않는 ‘묻지마 관광’이 돼버려 매일 밤 남북 실무자끼리 다음날 일정을 논의했다”며 “현재와 같은 관광일정만으로 이런 행사가 청소년 등으로 확대되면 문제”라며 남북 당국의 관광일정 재조정을 촉구했다. 남 의원은 “우리 문화관광부 당국자는 떠나기 전 서울에선 ‘평양 3박, 백두산 3박’의 일정이라고 말해놓고, 북한에 가선 ‘북한측과 협상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면서 “조선일보에 대한 입북 거부 등의 사태가 모두 우리 정부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됐다”고 했다.

민주당 최 의원은 “같은 의원들끼리 거기까지 와서 여야가 다르게 행동할 수 없어서 다른 의원들과 함께 움직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방북을 통해 북측의 태도는 예상밖으로 유연해진 것을 느꼈다고 의원들은 전했다. 자민련 정 의원은 “북한 안내원 등 많은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북한이 유연해지고 남북교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했고, 한나라당 남 의원도 “전체적으로 의미가 있었으며 북측이 유연해졌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정권현기자 khjung@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