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8일 북한에 대한 유상(유상·차관) 50만t과 무상(무상) 10만t 등 60만t의 식량지원 계획을 발표하면서 ‘정부의 입장’을 담은 다섯 쪽짜리 참고자료를 냈다.

식량지원은 ‘차관’ 형식으로 남북 당국간 최초의 ‘상거래’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남북 상호의존도를 심화시키고 남북관계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정부의 설명은 여러 점에서 군색하다.

우선 정부 방침이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점. 현 정부는 작년 비료지원 당시 “앞으로 대북지원은 긴급구호보다 농업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식량지원보다 비료·농자재 등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란 이야기였다. 그런데 1년 만에 다시 식량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비료 20만t을 지원한 게 불과 한 달 전이다.

이렇게 입장이 바뀐 데 대해 정부는 “북한 식량사정이 워낙 좋지 않아서”라고 한다. 통일부는 28일 북한의 올해 식량부족분을 240여만t으로 추정했다.

해마다 생산이 부족한 100만t 외에도 올해 가뭄으로 100여만t, 태풍피해로 40여만t이 감수(감수)될 전망이라는 것이다. 이 추정은 전적으로 북한당국의 발표와 국제기구의 보고서에만 의존한 것이다.

또 정부는 “같은 비용으로 많은 양을 지원하겠다”고 해놓고도 가격이 두 배 비싼 쌀을 옥수수보다 더 많이 지원하기로 했다. 옥수수는 북한 식량생산의 60~70%를 차지하고 있어 일반주민들의 주식(주식)으로 사용된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북한이 쌀도 달라고 했다”고만 답했다. 민간 구호단체 관계자들은 “북한에서 쌀은 옥수수에 비해 일반 주민들에게 분배될 가능성이 더 적다”며 “우리 스스로 분배 투명성을 제한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지원이 북한의 상환능력을 감안하면 사실상 무상 지원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정부는 ‘차관’임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식량지원이 이산가족 문제의 근원적 해결과 남북간 긴장완화 문제 등에 유의한 것이라고 말해, ‘대가성 지원’임을 부분적으로 시인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지원(1억달러 정도)이 1995년 쌀 지원 때의 2억3700만달러의 절반 이하라고 주장하지만, 당시 쌀 15만t은 전량 국산이었기 때문에 환가(환가) 금액이 높았을 뿐, 물량은 이번이 그때의 4배다. 국산 쌀은 태국산에 비해 8배 이상 비싸다.

/김인구기자 gink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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