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박승준국제부장 sjpark@chosun.com ·유용원기자 kysu@chosun.com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국의 방위환경은 크게 변하고 있다. 6·25전쟁 이후 50년 가까이 주둔해오던 주한미군의 위상 또한 변화의 국면에 놓여있다. 한국군과 미군의 공동적(적)이었던 북한군의 수뇌와 한국 국방장관과의 회담이 이루어지는가 하면, 유엔군사령부가 관할하고 있는 DMZ(비무장지대)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경의선 복원과 도로개설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이런 한반도의 변화를 주한미군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2년간 근무하다 29일 이임하는 주한 미8군 사령관 대니얼 페트로스키(Daniel Petrosky) 중장을 조선일보 박승준(박승준) 국제부장과 국방전문 유용원(유용원) 기자가 27일 만났다. 주한 미8군 사령관은 주한미군 사령관(대장) 밑에서 주한 미 지상군을 지휘하는 장성으로 한국미디어와 인터뷰한 것은 드문 일이다. 미8군사령부 본부건물 앞 연병장에서는 예포(예포)가 늘어선 가운데 이·취임식 열병훈련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편집자

―이·취임 준비로 바쁠신 것 같다. 한국에서 보낸 지난 2년동안의 생활은 어땠는가?

“지난 2년은 매우 바쁘지만 보람된 시간이었다. 무엇보다도 미8군 사령관으로서 한국군 및 국방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일했다. 한국군은 세계 어느 군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군대라고 평가한다. 한국군과 미군은 어려운 문제들을 서로 솔직하고 개방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최고의 인재들과 함께 일해왔다고 생각한다. ”

―다음 부임지는 어디인가?

“독일이다. 독일은 이번이 4번째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유럽주둔 미 육군 참모장으로서 보스니아, 코소보, 마케도니아, 이라크북부 등에서의 미군 활동을 관장할 예정이다. ”

―‘다정한 이웃’으로 여겨온 한국인들이 매향리 사격장에서 시위하는 모습을 보고 어떻게 생각했나?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다. 민주국가의 국민들은 시위할 권리와 자유가 있다. 한국인들이 시위할 수 있다는 것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그 만큼 성장했다는 증거다. 한국인들이 시위하며 반미(반미)감정을 표시하는 모습에 가슴이 아팠지만 이는 한국인들의 정당한 권리라고 본다. ”

―한국군과 미군의 공통 적(적)이었던 북한의 국방부장관이 한국의 국방부장관과 회담하는 광경을 어떻게 보았나?

“오랫동안 한국에서 근무한 사람으로서 평양 정상회담은 놀라운 사건이었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상황이 긍정적으로 발전하길 희망한다. 한반도 군사문제는 분명히 논의돼야할 사안이므로 국방장관 회담은 필수적이며, 정상회담과 마찬가지로 긍정적인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

―남북한 대표단은 남북 국방장관회담 후 발표한 성명서에서 경의선 철도 및 도로가 통과하는 DMZ지역을 직접 관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DMZ는 유엔사에서 통제해왔다. 남북한 대표단의 말대로 실행되려면 유엔사가 DMZ관할권을 한국측에 넘겨줘야 한다. 이에 대한 유엔사 또는 장군의 견해는 무엇인가?

“남북한 책임자들과 대화한 적은 없지만,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는 근본 목적은 평화 정착이다.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못 했지만, 경의선 및 도로 연결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라면 유엔사가 긍정적으로 검토하리라 본다. ”

―정상회담 이후 평화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주한 미군의 장래가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한반도 통일 이후에도 미군이 주둔할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통일 과정, 통일 이후 적절한 미군의 형태와 규모에 대한 장군의 견해는?

“주한 미군의 장래에 관한 질문은 시기상조라고 본다. 남북한 합의가 보다 구체화하기 전까지 주한 미군은 현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남북이 미군의 규모, 역할 등을 논의해야 한다. 나는 군인으로서 지금 주어진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제까지 맡아온 훈련을 계속하게 하고 전쟁준비태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

―한·미 합동참모본부가 주한 미군의 규모, 성격 변화에 관해 내부 검토작업 중이라는 소문이 있다.

“한·미 국방장관간 대화는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미군의 규모, 역할에 대해 토의는 있었지만, 당장 변화는 없을 것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구체적 논의는 아직 없다. 나는 이러한 논의에 참여하고 있지 않으며, 내 임무는 작전준비 태세를 유지하고 미8군을 관장하는 것이다. ”

―한국의 물과 공기는 점점 악화되고 있다. 미군은 한국의 환경을 어떻게 평가하나?

“미군은 세계 곳곳에 주둔하고 있으며, 주둔지 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한 미군은 앞으로 1억달러를 투자, 지상 유류탱크를 지하로 이전하는 등 환경 친화적 조치에 힘쓸 계획이다. 비용이 많이 들지만 꼭 필요한 조치다. 건강상 위협은 느끼지 않는다. 서울은 살기 좋은 곳이다. ”

―장군은 주한 미8군사령관으로서 한강 독극물 방류사건에 대해 사과한 바 있다. 미군은 지역주민들과의 유대강화를 위한 특별대책반을 구성하는 등 반미감정에 대한 여러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알고있다. 대책 중 일부를 소개한다면?

“지역주민과의 관계개선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기 시작한 이래 계속돼왔다. 77년부터 80년까지 근무하는 동안 고아원을 방문하고 가을추수를 돕는 등 여러 활동을 통해 ‘좋은 이웃’이 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다. 이러한 노력들이 너무 익숙해져서 오히려 잊혀진 것처럼 생각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독극물 방류 등 일련의 사태에 언론 및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를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아니며, 항상 해오던 일들이다. 이번에 특별대책반을 만든 것은 해오던 일들을 보다 확장시키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미 공군은 성남 일대에서 지역주민과의 유대강화를 위한 일련의 행사를 벌여왔지만 이를 더욱 강화, 군용기를 동원해 한강의 쓰레기 수거작업을 돕기 시작했다. 주한 미군은 자신들이 손님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주둔국인 한국에 감사하며, 폐를 끼치지 않으려 한다. 대다수 미군들은 한국인들과 미군이 좋은 사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

/정리=김성윤기자 gourmet@chosun.com

◈페트로스키사령관 약력

출생:1944년 11월 10일

군사교육:포병 고군반, 지휘참모대학, 육군대학

학력:네브래스카 대학 경영학 석사, 사우스캘리포니아대학 시스템 관리학 석사

군경력:77년 4월 101공정사단 소대장/작전장교(베트남)

77년 4월~80년 1월 17항공여단 작전참모, 55항공중대장(한국)

87년 2기갑 기병연대 부연대장(독일)

98년 미 대서양 사령부 전투참모장

1기갑사단 4여단장(걸프전 참전)

92년 3월~93년 6월 3보병사단 참모장

93년 7월~94년 6월 101공정사단 부사단장

95년 7월~96년 8월 유럽사령부 및 7군사령부 작전/기획부장(독일)

96년 9월~98년 9월 미 육군항공학교장 및 본부사령관

98년 9월~2000년 9월 유엔사/연합사/주한미군사 참모장 및 미 8군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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