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원주민인 아보리진이 그 넓은 대륙을 뛰어다닐 때 손바닥에 황토를 묻혀 바위벽에 찍어놓고 다녔다. 자신의 흔적을 알리는 존재증명인 것이다. 지금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시드니 공원에는 푸르고 붉고 노란 색색가지 손바닥을 오려 꽂은 ‘손의 바다’가 펼쳐져 있다던데, 바로 아보리진이 백인들로부터의 차별상과 빈약한 생활환경 등을 시드니에 몰린 세상사람에게 알린다는 캠페인의 일환인 것이다.

또한 올림픽 공원에는 천막들을 쳐놓고 그곳에서 먹고 입고 자면서 형편없는 생활을 보여주는 ‘텐트 대사관’ 운동도 펼치고 있다. 1982년의 영연방 올림픽에서도 이같은 차별항의 시위를 벌였었는데 그때는 강경책을 써 이들을 체포했었다. 한데 이번에는 회유책을 쓴 것이다. 시드니올림픽의 성화를 호주대륙의 복판에 있는 아보리진의 성지에서 채화한 것부터가 그렇다. 그렇게 채화한 성화의 최종 점화자로 아보리진 여자선수를 선택한 것도 바로 선주민 회유책의 하나였다. 사실 이번 개막식에서 모든 관중을 스탠드에서 일으켜세운 3대 하이라이트는 남·북한 동시 입장과 동티모르 선수단 참여, 그리고 아보리진의 성화점화였다.

만방의 각광을 받았던 그 아보리진 여성 캐시 프리먼이 400m 육상에서 금메달을 호주에 안겨주고 호주국기와 아보리진 민족깃발을 들고 트랙을 한 바퀴 돌았다. 1994년의 영연방대회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프리먼은 아보리진 깃발만을 흔들며 “오스트레일리아 깃발은 하나다”고 외치면서 돌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번에 돌 때 그녀는 신었던 신발을 벗어던지고 맨발로 뛰었다.

아보리진은 농경(농경)을 거부한 수렵민족이었다. 곧 대지는 죽어서 돌아가는 어머니요, 농사를 짓기 위해 땅 위의 풀섶을 베라 시키면 어머니의 머리를 베라 시킨다 하고, 땅 속의 돌을 캐라 시키면 어머니의 뼈를 도려내라 시킨다고 저항했던 자연친화 종족이었다. 그 대지에 신을 신고 접한다는 것은 불경이다. 프리먼이 맨발로 트랙을 돈 것은 그렇게 뛰며 살았던 민족원형질의 시위인 것이다. 지구상에는 약 70%의 나라들에서 선주민이 문명의 고저, 인구의 다과, 종교의 차이 등으로 차별받고 있으며, 그 아픈 존재를 고발한 프리먼의 맨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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