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미술작가 상주(레지던트) 프로그램의 전시기획을 맡아 미국에 다녀왔다. 미국의 한 문화재단이 미국과 세계 각국의 작가를 초청해 두 달간 함께 작업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초청받은 작가는 생활비와 작업비, 아파트와 스튜디오를 지원받았다.

부러운 점은 젊은 작가나 미술대학 학생들도 프로그램에 참여해 기성 작가들의 작업과정을 지켜보고 그들의 조수(어시스턴트)로 일하는 것이었다. 커나가는 학생이나 젊은 작가들은 이같은 상주 프로그램을 통해 기성 작가들의 작업과정을 지켜보고, 작가들과 생각을 나누고 작업을 함께 하면서 작가들과 친분을 쌓았다.

우리가 미술 전시장에 가면 대개 작가들이 만들어 놓은 결과물만 보게 된다. 특히 해외작가의 국내 전시일 경우, 작가들의 작품을 보는 것 만으로는 작품의 의도나 개념을 쉽게 파악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하지만 상주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작가들의 작업과정을 지켜보며, 창작 아이디어와 갈등까지 이해할 수 있다. 특히 학생들이나 젊은 작가들일수록 기성 작가와 함께 하는 상주 프로그램은 그들의 자기 발전에 좋은 기회가 된다.

외국의 상주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우리나라에도 이런 프로그램이 하루빨리 뿌리내려 결과물로서의 미술작품만이 아니라 창작 중간과정까지도 들여다보는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국제 상주 프로그램과는 별도로 한국 작가와 북한 작가가 함께 참여하는 남북 상주 프로그램도 있었으면 한다. 남북한 작가들의 이런 교류는 남북한간 미술 전시문화를 향상시킬 것이란 기대에서 조심스레 해보는 생각이다. /김선정·아트선재센터 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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