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미국은 한국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미국에서도 워싱턴과 월가가 다르고, 워싱턴 내에서도 미행정부, 의회, 국제통화기금(IMF)별로 각각 시각이 조금씩 다르다.

우선 김대중(김대중) 정부의 대북포용정책에 대해 미행정부의 공식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다. 국무부 관계자들은 “남북한의 관개개선은 오랫동안 미 정부가 기다려온 것이므로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한다. 미 의회는 미 행정부에 비해 덜 긍정적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행정부의 입장과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은 대체로 세 가지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

우선 벤자민 길먼이나 크리스토퍼 콕스 의원 등 대북 강경파들은 최근 남북한의 접근에 대해 경계하는 입장이다. 이들은 겉으로는 한국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의 방향에 반대하지는 않는다고 하면서도, 속으로는 붕괴위험에 처한 북한이 이번 기회로 숨을 돌려 다시 위협적인 태도로 나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7월 하원 공화당 정책위 보고서를 통해 클린턴 정부의 대북유화정책을 ‘미친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뷰라이터 의원등 온건파들은 남북한 접근의 성과 자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다. 이들은 남북 정상회담을 지지하면서도, 북한의 무기확산 문제나 납북자 문제 등을 한국이 적극 제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조지 W 부시 후보 자문을 맡고 있는 의회 내 ‘부시팀’들은 보다 덜 강경하다. 북한에 대한 지나친 양보는 반대하지만, 대북포용정책이 잘 진행되었으면 좋겠다는 입장이다. 세 그룹 모두 북한에 대한 ‘불신’을 공통분모로 하면서도 ‘기대치’가 서로 다른 양상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앨 고어 후보의 자문팀은 클린턴 행정부보다는 약간 더 보수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미의회는 요즘 목소리를 별로 내지 않고 있다. 예산처리와 오는 11월 의회선거에 모든 관심이 쏠려있기 때문이다.

월가는 급속한 남북관계의 접근을 추진 중인 한국에 대해 ‘걱정’하는 분위기다. 특정국가에 대한 월가의 초점은 그 국가가 투자할 만한 곳이냐 하는 점이다. 뉴욕의 투자전문가인 제임스 누전트씨는 “한국을 둘러싼 외부 경제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남북관계에만 매달려 필요한 경제개혁을 미루는 것은 경쟁력 집중을 흐리는 처사”라고 말했다. 한국이 대북지원을 감당할 경제적인 능력이 있느냐는 의문도 있다. 월가는 한국의 경제상황에 대해선 상당히 비판적이다. 투자전문가들은 “노동시장의 경직성 등 과거와 달라진 것이 없다”고 보고 있다.

워싱턴이 한국경제를 보는 시각은 대게 두 갈래다. 미국 재무부 등 행정부는 요즘 한국경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이는 ‘낙관’도, 성급한 ‘실패 판정’도 아니고, 재벌개혁과 금융개혁을 좀더 기다리며 ‘인내’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겉으로 한국경제에 대해 낙관하는 곳은 국제통화기금(IMF)이다.

요즘 IMF의 한국담당자들은 한국에 대해 ‘소방수’ 역할을 하느라 바쁘다. 거시 지표와 외환보유고 등 위기대처 능력이 향상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IMF는 그 충격 때문에 특정 국가에 대해 비관적인 발언을 삼가는 것이 관례이다.

미국의 여러 목소리 가운데 정치분야는 미행정부가, 경제분야에선 월가가 영향력이 가장 세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경험이다. ‘대포’는 미행정부가, ‘돈줄’은 월가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강효상특파원hskang@chosu 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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