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찰이 조선일보 베이징(北京) 지국에 사전통보나 영장도 없이 한밤중에 무단으로 진입해 가택수색을 벌이고 특파원을 심문한 일은 현대 국제사회의 척도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합법적 절차를 무시하거나 도(度)를 넘어 지나치게 행사하는 공권력은 폭력과 다를 게 없다. 중국 경찰은 밤 11시30분에 7명이 들이닥쳐 2시간 동안 집과 사무실을 마구 뒤적였다. 영장 제시도 없었다. 특파원에게는 인적사항과 이주신고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고, 특파원 가족들도 공포에 떨어야 했다.

중국 경찰은 심야 가택수색의 이유도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다. 사후에야 “거주 이전 사실을 제때 신고하지 않았다”며 벌금을 부과했다. 자신들의 행동도 가택수색이 아니라 일상적인 ‘조사’라고 했다고 한다. 아무리 중국 국내법이 엄격하다고 해도 이사 사실을 좀 늦게 신고한 것이 경찰이 한밤중에 몰려와 2시간 동안이나 사무실과 집안을 마구 헤집어 놓아야할 만큼 긴급한 일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중국 외교부의 승인을 받아 합법적인 거주지역에 상주하는 언론사 특파원에게까지 이럴진대 중국에 거주하는 일반 외국인들이 느껴야 할 불안감이야 오죽하겠는가.

중국 당국은 지난 6월 베이징 한국총영사관의 외교관과 기자를 폭행한 전력(前歷)도 있지만, 당시 한국 정부는 중국측의 분명한 사과를 받아내지 못했다. 이번 일과 직접 관련은 없겠지만, 평소 한국 정부의 미온적 대처가 중국 당국의 무례함을 부추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외국 특파원도 중국 법률을 어겼다면 조사를 받을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번 중국 경찰의 행위는 목적이 어디에 있든, 국제적 기준의 합당한 절차를 무시했을 뿐 아니라 그 난폭성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국내법만을 내세운 중국 경찰의 위압적 행동이 중국 내 외국기자들의 취재활동을 위축시켜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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