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방문중인 존 볼턴 미국 국무부 차관이 전달한 부시 행정부의 메시지는 일관되고 분명하다. 북한은 핵·생물무기 같은 대량살상무기(WMD)와 미사일을 개발·수출하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정권이고 “미국은 이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2월 방한한 부시 대통령이 밝혔던 것과 같은 내용이다. 볼턴 차관은 또 “북한을 ‘악의 축(軸)’이라고 규정한 것은 수사학이 아니라 사실”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부시 미국 정부는 현재 외교안보팀의 역량이 총투입돼 있는 이라크 후세인 정권 처리문제가 일단락되면, 어떤 형식으로든 북한의 WMD 문제를 본격 다루겠다고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2003년 한반도 안보위기설이 단지 관측차원이 아니라 현실화될 개연성이 아주 높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이 위기설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대북 핵사찰과 북한의 미사일발사 유예조치라는 인위적 시한과 맞물려 있다.

따라서 한·미 정부와 북한은 안보위기가 닥치기 전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모든 외교력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9월 중으로 예상되는 미국 특사의 평양방문을 주목한다. 미·북 양측은 이 기회를 통해 핵·미사일 문제 등 관심현안을 다룰 포괄적인 미·북 협상의 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히 북한정권은 ‘벼랑끝 협상 전략’ 같은 구태(舊態)를 탈피해 진지한 대화자세를 보여야 한다.

한국정부의 태도도 중요하다. 부시 정부의 대북정책은 현 김대중 정부가 추진해온 햇볕정책과 상충되는 측면이 많다. 부시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반의 시간이 흘렀지만 이 같은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한·미 공조를 포기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갖게하는 태도를 보여온 것은 국가안보를 다루는 책임있는 자세가 결코 아니다.

임기 말의 김대중 정부는 공허한 남북관계의 업적에 매달리기보다는 삐걱거리는 한·미 공조부터 복원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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