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중(韓·中) 수교 10주년이 되는 날이다. 외형상 지표로 나타난 한·중 관계의 발전과 성장은 놀라울 정도다. 냉전(冷戰)구도가 갈라놓았던 반세기의 벽을 뛰어넘어 경제·사회·문화·교육 등 다방면에서 가깝고도 중요한 이웃으로 발전한 것이 지난 10년의 성과다.

이제 한·중관계는 외형적인 성장에 걸맞은 질적(質的)인 발전이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최근 들어 한·중 관계는 탈북자 처리 문제부터 무역·어업 분야까지 곳곳에서 갈등과 마찰을 빚고 있다. 한·중 간 연간 방문객 수만 200만명을 넘는 상황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의 갈등과 오해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최근의 상황은 한·중 간에 ‘공존의 룰’이 없는 데서 비롯된 측면이 많다.

지난 수년간 작은 갈등이 이내 외교적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곤 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수교 10주년을 맞아 한·중 양국은 본격적으로 두 나라 관계의 성격과 좌표에 관해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특히 확대일로에 있는 경제·무역 분야의 갈등을 사전 점검하고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는 구조적인 틀이 필요하다.

한·중 관계가 질적인 변화를 이루려면 특히 중국 내 탈북자 문제에 대한 중국의 발상전환이 긴요하다. 탈북자 문제는 이제 중국이 세계 중심국가로 발전할 만한 자격을 갖추고 있는가를 가늠해보는 척도가 됐다. 중국정부는 지금껏 문제가 터질 때만 대응하는 임기응변을 탈피해 탈북자들의 인권보장을 위한 국제합의 도출 과정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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