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부터 북한 금강산에서 열리고 있는 남북 적십자회담이 기대했던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운영이나 생사·주소 확인 문제 등을 매듭짓지 못한 채 당초 회담 일정을 하루 연장해 23일까지 계속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를 뜻하는 이 문제들이 이번 회담에서 풀리지 않을 수도 있어, 정부 당국자들이 그동안 뚜렷한 근거 없이 너무 낙관적으로 말만 앞세웠던 것 아니냐는 느낌도 없지 않다.

면회소 설치와 생사확인 문제는 “비전향 장기수를 송환하는 즉시 적십자회담을 열어 면회소 설치·운영 문제를 협의·확정한다”는 6월 1차 적십자회담 합의 이후, 장기수 송환(9월 2일)이 다 이뤄지고 20일이 지나도록 아직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8·15 이산가족 교환방문 이후 정부 당국자는 “교환방문 정례화는 2차 장관급회담과 9월 적십자회담에서 집중 논의하고, 면회소는 가능한 한 9월 중 설치를 추진 중”(8월 18일)이라고 설명했지만, 이 또한 실현이 어려워졌다. “이번(8·15)에는 방문단을 교환하지만 앞으로는 면회소에서 만나는 게 바람직하다”(박재규 통일부 장관, 6월 27일 적십자대표단에 언급), “추석 전후 (추가 교환방문을) 실시하는 문제를 협의했다”(장충식 대한적십자사 총재, 8월 21일 기자간담)는 말도 모두 우리 측의 일방적 기대에 불과했던 결과가 됐다.

“이산가족 교환방문단의 규모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생사확인·서신교환 등에 대한 협상을 병행해나가면서 이산가족 상호방문이 정례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던 적십자회담 박기륜(박기륜) 수석대표의 다짐(6월 16일)도 이제는 “면회소 설치·운영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9월 19일)이라고 후퇴했다.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도 비슷하다. “국군포로와 납북자 등을 이산가족의 범위에 포함시켜 해결하자는 입장을 북측에 전달했으며 북측도 이에 긍정적 입장인 것으로 보고 있다”(박재규 장관, 6월 20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국군포로 등과 관련) 북한도 우리 입장을 상당히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박 장관, 8월 21일 예비역 군인단체와의 면담)는 발언이 이어졌지만, 역시 북측의 ‘이해’는 아직도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예상이 빗나간 것일까, 아니면 회담전략이 잘못된 것일까?

/최병묵기자 bmchoi@chosun.com

/윤정호기자 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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