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10시40분쯤부터 5시간 남짓 2차 적십자회담이 열리고 있는 북한 금강산호텔과 서울간 설치된 직통전화 5회선이 모두 두절됐다. 30여년간의 남북대화에서 회담 대표단과 상황실간 통신이, 그것도 대낮에 장시간 두절되기는 처음이다.

우리 측은 판문점 연락사무소를 통해 긴급히 북측에 문의했으나, 북측은 “우리도 평양과 통신이 끊겨 알아볼 길이 없다”면서 “사리원 이남 지역에 통신장애가 생긴 것 같다”는 대답이었다. 21일 오전에도 정전으로 실무대표 접촉이 30분이나 지연됐다. 지난 6월 말 1차 회담 때도 매일 정전으로 회담이 중단되고 직통전화도 두절되기도 했다. 금강산호텔에서 연락이 온 것은 22일 오후 3시20분쯤. 북측이 사용하는 국제전화 회선을 긴급히 따서 사용한 것이라고 했다.

금강산은 서울과 평양에서도 거리가 멀다. 평양에서 판문점까지는 두 시간 반이면 올 수 있지만, 금강산까지는 이보다 두 배 이상 더 걸린다고 한다. 판문점에는 남북 모두 회담 시설로 ‘평화의 집’과 ‘통일각’이란 회의장을 잘 만들어 놓았고 과거에도 많이 사용해 왔다.

회담이 하루 만에 끝나지 않고 며칠씩 걸린다 하더라도 판문점에서 양측이 매일 출퇴근하며 회담을 할 수 있다. 굳이 오찬·만찬을 함께하고 심야 실무접촉도 할 필요가 있다면 아예 서울이든 평양이든 왕복하면서 회담하는 게 더 편리하고 효율적이지 않을까.

지난 20일 국방장관급회담 실무 접촉은 판문점에서 열렸다. 북한도 당초 6월 1차 적십자회담을 판문점에서 갖자고 했다가 금강산으로 수정 제의했었다. 그때 우리 측은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그대로 수용했으나 이번 2차 회담은 시간이 촉박하지도 않았다.

왜 서로 편리한 곳을 두고 굳이 멀고 불편한 금강산에서 회담을 하는지 납득할 수가 없다.

/김인구 정치부기자 gink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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