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클린턴 대통령이 김대중(김대중) 대통령에 대해서 발언하지도 않은 말을 워싱턴의 한국 특파원들에게 소개해 파문을 일으켰던 양성철(량성철) 주미대사가 또 구설수에 올랐다.

서울에서 열린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참석차 귀국한 양 대사가 21일 영문 일간지 코리아타임스와의 회견에서 한·미간 현안들에 관해 논란이 될 만한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양 대사는 주한 미군 지위에 관한 한·미행정협정(SOFA) 개정협상과 관련, “정부는 환경·노동·검역 등 ‘트랙 2’ 이슈들을 SOFA에 포함시키는 것이 어려우면 한·미 상호방위조약 부속 문서에 넣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한 것을 외교부 관리들과 전문가들이 문제삼고 있다. 외교부 일부 관계자는 “SOFA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에서 파생된 것인데 SOFA에 포함될 내용을 상위의 상호방위조약에 넣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 발언이 SOFA 개정 협상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거라고 우려하고 있다.

양 대사는 미국과 북한의 협상에 관해서도 “미국이 고위급 인사를 북한에 파견, 드라마틱한 협상을 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미국보다 앞서 기밀사항을 언론에 밝힌 것이다. 미국 국무부는 이에 상당한 불쾌감을 우리 정부에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리아타임스는 22일 “양 대사는 ‘미국관리 북한 파견’ 부분이 잘못 인용됐다고 주장했다”는 요지의 반론 기사를 게재했다.

양 대사는 노근리 사건에 관해서는 “미군 지휘관들이 피란민들에 대한 사살명령을 내렸는지에 대해 ‘의심의 여지가 없이 확실한 증거(unquestionable hard evidence)’를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피해자 보상을 포함한 법적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not desirable)”고 말해 주미대사로서 경솔한 발언이 아니냐는 지적을 초래했다.

양 대사는 23일 미국으로 출국,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이하원기자 may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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