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금강산호텔에서 23일 끝난 2차 남북 적십자회담은 우리 측의 막판 대폭 양보로 타결됐다. 우리 측은 이날 낮 한때 ‘대표단 철수’라는 배수(배수)의 진까지 치며 완강하게 버텼으나, 결국 북측 안을 대부분 수용하는 것으로 물러섰다.

생사확인 방식을 둘러싸고 맞서던 양측이 막판 조율에 나선 것은 오후 4시가 넘어서였다. 남측 박기륜(박기륜) 수석대표와 북측 최승철 단장이 오전에 이어 다시 단독접촉에 나선 것. 그러나 이 접촉도 합의 도출엔 실패했다. 30여분간의 접촉 후 북측 최 단장은 “애 많이 썼다”며 박 수석대표에게 사실상의 ‘고별’ 악수를 청했다. 그는 기자들에게도 “호상(상호)이 이견을 조정하지 못했다. 취재에 수고 많았다”고 회담이 결렬됐음을 공개했다.

이에 우리 대표단은 짐을 싸기 시작했고, 북측 제의로 다시 수석대표와 비공개 대표 접촉을 잇달아 가졌으나 결과는 역시 같았다. 양측 수석대표는 아쉬움을 드러내며 결렬을 기정사실화했다. 이 때까지도 북측은 ‘9월 중 이산가족 신청자 전원 명단교환 후, 생사확인 결과는 일정 규모씩 수시로 통보하자’는 우리 측 수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분위기가 급반전된 것은 서울에서 오후 7시쯤 긴급 훈령이 내려가면서. 우리 측은 ‘시범적으로 9월과 10월에 100명씩 두 차례 생사확인을 한 뒤, 그 후 이산가족찾기 신청자 전원의 명단을 북측에 넘긴다’는 수정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내용은 북한이 당초 제시했던 ‘시범적 생사확인’을 사실상 그대로 받아들인 것. 호텔 정문 앞에 우리 대표단의 짐이 옮겨지고 있는 가운데 양측 대표간의 물밑 접촉이 다시 시작됐다.

▲시범적 생사확인 후 이산가족 신청자 전원의 명단을 북측에 넘기는 것 ▲11월 중 300명 서신교환 ▲3차 적십자회담 금강산 개최 등인데, 이날 오후까지의 결렬 분위기는 바로 이 같은 내용이 걸림돌로 작용했던 것이다. 특히 우리 측은 생사확인을 ‘시범적으로’ 하자는 것을 완강하게 거부하고, ‘빠른 시일 안에 끝내자’는 입장이었다.

또 우리 측은 북한이 생사확인에서 양보하면 이산가족 추가 교환방문 시기는 북한 측 안을 받겠다고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두 가지 모두 북한에 양보했다. 6월 1차 회담에서 ‘면회소 설치·운영 문제를 2차 회담에서 협의·확정키로 한다’고 했던 합의사항 역시 관철시키지 못했다.

결국 우리 측이 그토록 주력했던 이산가족 상봉의 제도화는 상당 기간 지연되거나,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회담에서의 우리 측 자세에 대해 상당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인구기자 ginko@chosun.com

/금강산=공동취재단

◇남북한 입장과 최종합의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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