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한나라당의 부산역 집회에선 ‘김대중(김대중) 정권의 아집과 독선’이란 말이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등단하는 연사마다 아집과 독선을 비난했고, 그럴 때마다 부산역 광장을 가득 메운 참석자들은 ‘심판! DJ정권’이라 쓰인 수기(수기)를 흔들며 호응했다.

집회장엔 ‘권력실세 대출압력 박지원을 구속하라’ ‘참는 데도 한계 있다, 갈아보자 DJ정권’ ‘아부지예, 간첩 신고해도 됩니꺼?’ 등 대형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한나라당 의원들 대부분이 부산에 집결했고, 서울지역 지구당들까지 전세 버스에 당원들을 태우고 부산으로 모이는 등 집회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회창(이회창) 총재는 연단에 서자마자 “모든 국민이 오직 한 사람의 완고한 옹고집의 벽 앞에 망연히 서 있다”며 김 대통령을 겨냥했다. 이 총재는 “이 벽은 꿈쩍도 않고, 국민의 고통과 분노, 통곡에도 아랑곳 않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벽을 쌓고 국민과 기 싸움을 하는 김 대통령에게 요구합니다. 눈을 크게 떠서 이 국민의 분노와 고통을 똑바로 보시오. 아집과 오만을 버리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펴시오…”.

박희태(박희태) 부총재는 “이 정권은 듣지도 안하고, 보지도 안하고, 하지도 안하고 하는 ‘아나고 정권’”이라며 “오늘부로 김 대통령을 정치 9단에서 8단으로 내린다”고 했다. 박 부총재는 “이 정권이 햇볕만 좋아하는 줄 알았더니 한빛도 좋아한다”며 “나라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그는 “시드니 올림픽에 거짓말 종목이 있다면, 이 정권이 틀림없이 금메달을 땄을 것” “유치원생보다 못하는 정권”이라는 등 맹비난했다.

박관용(박관용) 의원은 “김 대통령은 노벨평화상과 통일대통령의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제 북한 쇼는 거의 끝났고 퍼주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김진재(김진재) 부총재는 “‘사오마이’보다 더 무서운 의료대란, 금융위기, 기름대란 태풍이 이 나라를 휩쓸고 있다”면서 “무능력, 무대책, 무책임의 3무 정권이 국민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다”고 말했다.

집회 후 이 총재는 의원들과 대형 태극기를 마주들고 참석자들과 함께 가두행진에 나섰다.

연도와 육교 위의 시민들은 ‘이회창’을 연호하며 환호했고, 건물 위에서 손을 흔드는 모습도 보였다. 당직자들에게 드링크류를 건네며 “힘내라”고 격려하는 시민도 있었다. 집회 중 간간이 떨어지던 빗방울이 행진 중 굵은 빗줄기로 바뀌었지만 행진은 부산진 시장까지 이어졌다.

/부산=김창균기자 ck-kim@chosun.com

/김덕한기자 duck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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