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동안 추진해 온 일이 작은 결실을 맺어 한없이 기쁘지만, 왜 이제서야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안타까운 마음도 있습니다. ”

지난 25일 한국정부의 부지 제공과 일본 정부의 30억엔 지원으로 건립된 ‘사할린 한인 동포 아파트’ 입주식에 참석했던 동경대 오오누마 야스아키(대소보소·54) 교수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24년 동안 사할린 한인 동포에 대한 일본의 책임 문제를 제기, 아파트를 건립하게 만든 숨은 주역이지만, 1000명밖에 수용하지 못하는데 대해서는 만족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사할린으로 징용된 4만5000명의 한국인들이 2차 대전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일본과 소련이 이들을 방치해, 많은 한국인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죽어갔지요. ”

대학 시절 학생운동을 한 오오누마 교수는 재일한국인의 법적 지위에 관심을 갖고 있다가 사할린 한인문제를 접하게 됐다. 당시 냉전체제하에 소련, 일본, 한국, 북한 4자가 얽혀 사할린 한인 문제는 아무런 해결방법이 보이지 않았지만, 오오누마 교수는 소련 공산당과 적십자사를 직접 접촉할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결국 80년대 후반부터 소련이 개방화 물결을 타는 것을 보고, 일본의 정치권을 움직여 30억엔의 건립비용을 제공하도록 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사할린에 아직도 많은 한인들이 남아 있다”며 “이들을 위한 아파트 건립은 사할린 문제의 완전 해결을 위한 또 다른 시작”이라고 말했다.

/글=이하원기자 may2@chosun.com

/사진=전기병기자 gibo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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