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이 이산가족 문제의 해법을 위해 한 걸음씩 다가섰다. 양측이 적십자회담 첫날인 20일 각기 제시한 합의문 초안을 보면 근본적인 견해차는 별로 없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의 의제는 추가 상봉단 교환, 서신교환, 면회소 설치·운영 등. 그러나 실시 시기와 방법 등에 있어 다소 이견을 보여 21일부터 시작될 본격적인 협상이 주목된다.

구체적인 내용은 양측의 비공개 약속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산가족 추가 교환방문과 서신교환 등의 경우 실시 시기에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산가족 추가 상봉은 이미 북한 김정일(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약속했던 사항. 그러나 북한측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우리측이 제시한 10·11월 중순 교환에서 다소 늦출 것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교환방문자의 생사확인 등 절차를 거치는 데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서신교환에 대해서도 북측이 연내에 9만5000여명에 달하는 이산가족 찾기 신청자 가족들의 생사 및 주소를 모두 확인해달라는 우리측 요구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것 같다.

북한측은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지는 않으나 행정능력 등을 감안할 경우 이산가족들의 생사를 확인하는데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양측의 견해차는 면회소 설치 시기와 장소에서는 상당히 컸다. 남측은 우선 빠르면 10월부터 판문점과 금강산에 면회소를 두자고 제안했다. 즉 숙박시설이 없는 판문점에서는 ‘당일 면회’를, 금강산호텔이 있는 금강산에서는 ‘동숙(동숙) 면회’를 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 측은 금강산 1곳을 제안했고, 시기도 늦추자고 했다.

한편 우리측의 입북 과정에서 북측 관계자가 우리 대표단의 짐 검사를 요구해 한때 실랑이를 벌였다. 남측 연락관이 북측 연락관에게 강력 항의, 짐 검사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수속장의 북측 관계자는 남측 대표단과 수행원의 얼굴과 이름을 하나하나 확인한 뒤 통과시키는 등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최병묵기자 bmcho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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