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제7차 남북장관급회담은 이산가족 상봉과 경의선 연결공사 재개 등 소기의 목적을 상당부분 달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번 회담의 결과는 전체적으로 북한측의 의도가 많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으며, 그것은 대북 지원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게 될 경협추진위원회 회의를 우선적으로 개최키로 한 데서 분명해진다. 앞으로 다른 실무회담들의 진행 추이는 경협(經協) 회담의 결과에 영향받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또한 이번 회담에서 서해교전 사태에 대한 북측의 명확한 사과와 재발방지 및 책임자 처벌 약속이 없었던 것은 유감스런 일이다.

이번 회담의 진행과정과 결과를 보면서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점은 “북한 군부(軍部)는 남북한 정부 위에 존재하는 ‘비토그룹’인가?” 하는 의문이다. 남북회담의 북측 대표단은 언제나 자신들의 군부와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 자체를 피해 왔으며, 이번에도 군사회담 개최를 군부에 ‘건의’는 할 수 있으되 합의는 할 수 없다고 고집해 마지막까지 진통을 겪었고 끝내 개최일자를 정하지 못했다.

북한 ‘정부’를 대표해서 나온 대표단이 ‘군사문제는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고 한다면 자신들의 대표성에 중대한 결함이 있음을 자인하는 것일 뿐이며, 또한 남북 정부 간에 합의한 사항이라도 북한 군부가 거부할 경우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과 다름없다. 북한 군부가 저지른 서해도발과 관련해 ‘유감’을 표명한 주체였던 장관급회담 북측 대표가 정작 남북회담에서는 군부의 뜻을 대변할 수 없다는 것도 스스로 모순이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군부 따로, 내각 따로’의 방법으로 실리를 극대화하려는 회담전술일 수도 있다. 이것이 바뀌지 않고는 그 어떤 회담의 실효성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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