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아픔을 극명하게 표현하고 있는 경의선의 역사는 18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종의 아관파천 후 열강의 이권 쟁탈전 속에서 프랑스의 피브릴르 회사에 넘어간 열차 부설권은 1899년 정부가 다시 회수한 뒤 1902년 주한 외교관을 초청한 가운데 성대한 기공식을 가졌다. 그러나 일본이 러일 전쟁 와중에서 군용철도를 부설하기 위해 경의선 부설권을 강탈한 뒤 공사를 강행, 1906년 4월3일 첫 열차가 서울에서 신의주까지 운행을 시작했다. 1945년 남북분단으로 열차 운행이 중단된 뒤 남측은 51년 용산~문산간 46km 구간에 경의선 이름을 그대로 붙여 단축 운행을 시작했다.

56년간의 긴 잠에 빠져 있던 경의선이 내년 9월 개통된 뒤 지날 곳을 미리 가보자.

경의선 열차가 가장 먼저 정차할 곳은 고려의 옛 도읍지 개성이다. 판문점 북쪽으로 불과 8km 떨어진 곳으로 선죽교와 만월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인 고려의 교육기관 성균관이 자리하고 있다. 개성을 거쳐 북쪽으로 열차가 달리면 황해북도 도청소재지이자 평양의 위성도시인 사리원이 나온다.

다시 고구려의 도읍지 평양을 지나 국경으로 향하면 북한 서북단의 국경도시 신의주가 나온다. 중국 단동과 마주하고 있는 신의주는 기계공업과 화학공업 등 중공업과 경공업 등이 고루 발전한 북한의 대표적 공업도시다. 중국 단동을 잇는 압록강철교가 있고, 압록강의 물을 이용해 해방 전 최대의 발전량을 자랑했던 수풍발전소가 있다. /최장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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