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과 백남순 북한 외무상이 지난달 31일 약 15분간 만나 미·북 대화 재개 원칙에 합의했다고 한다. 또 제임스 켈리 국무부차관보가 이르면 이달말쯤 특사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로라면 작년 1월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1년8개월여만에 어렵게 본격적인 미·북 대화가 재개될 전망이다.

그러나 미·북 대화는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다. 그것은 미·북간에 산적한 한반도 안보 관련 현안들을 해결키 위한 길고 어려운 협상의 출발인 것이다. 미국 정부는 그간 북한과의 협상에서 핵과 미사일, 재래식무기, 인권 등 인도주의적 사안들을 다룰 방침이라고 천명해 왔다.

이중 북한 핵·미사일 문제는 2003년 한반도 안보위기설을 낳고 있는 긴급한 현안이다.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의 ‘원칙있는 협상’을 통해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조급함을 버리고 인내심을 갖고 협상하되, 과거 북한이 보여온 ‘벼랑끝 전술’을 되풀이하려 할 경우에 대한 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미·북 대화에서 한국이 국외자가 되어서는 안된다. 한반도 안보와 직접 관련된 사안인 만큼 다른 어느 때보다 긴밀한 한·미 공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한국정부는 미·북 대화 재개를 계기로 지금까지의 대북정책 우선순위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더이상 DJ식 대북정책의 성패에 연연하기보다는 한반도 운명과 직결되는 북한 핵·미사일 같은 문제의 해결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특히 북한의 태도가 주목된다. 과연 최근 북한이 보여준 한·미·일 등을 향한 대화공세가 단지 경제난 등에서 비롯되는 체제부담을 일시적으로 덜어보려는 전술적 변화에 불과한 것이라면, 한반도는 심각한 위기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미·북 대화는 북한이 진정 변하려 하는가를 가늠해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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