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이같은 대응은 처음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남북대화를 하거나, 아니면 깨는 일의 주도권은 늘 북측에 있어왔고 이번에도 그같은 방식이 반복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정부가 남북대화를 하기로 결정했다면 거기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들이 있다. 그것은 김 대통령과 현 정부가 국민들에게 다짐했던 약속들이다.
지난 4월 임동원 특보 방북 이후 한때 탄력을 얻은 듯했던 남북관계가 궤도이탈한 책임은 전적으로 선제기습 같은 일을 저지른 북측에 있다. 장관급회담 등 남북대화에서 이 부분에 대한 정리가 명확하게 있어야 한다. 서해사태에 대한 북한의 이른바 ‘유감표시’는 모든 면에서 대단히 미흡한 게 사실이다. 따라서 앞으로 남북대화에서 정부는 스스로 밝힌 북한의 명확한 사과와 재발방지, 책임자 처벌 등을 북측에 요구하고 관철시켜야 한다.
정부는 남북 경협추진위가 열리면 북한에 쌀 30만t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서해사태에 대한 충분한 사과없이 북한이 또 쌀만 챙겨가는 일이 벌어진다면 국민정서가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남북대화를 훼방놓자는 게 아니라, 상벌(常罰)의 경계를 분명히 해두는 게 앞으로의 남북관계에 보약(補藥)이 될 것이라는 인식에서 나온 지적인 것이다.
또 김 대통령은 여러 차례에 걸쳐 북한에 대한 환상은 없으며, 임기말에 무리하게 남북관계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임기말에 굳이 남북대화를 다시 시작하려는 것이 결코 개인적인 또는 정파적인 정략과 집착 때문이어서는 안된다. 만약 김 대통령이 이같은 스스로의 다짐을 지키지 못하면 심각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