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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저널 탈북자 가로막는 ‘한국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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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0.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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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북경) 산리툰(삼리둔) 외교단지에 있는 한국대사관 앞. 인적이 드문 2차선 도로와 커다란 철문 주변에 녹색 제복의 중국 무장경찰들이 굳은 표정으로 서 있다. 출입증을 달지 않은 낯선 사람이 한국대사관에 접근하면 무경(무경)들은 즉각 앞을 가로막는다. 그들은 퉁명스런 중국어와 권위적인 태도로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고, 신분증을 보여줘도 꼼꼼히 들여다보며 이것 저것 캐묻는다. 이들의 태도는 사전에 전화약속을 하고 찾아온 한국인조차도 주눅들고 불쾌하게 만든다.

중국 무경들이 대사관 출입자를 이렇게 엄격히 통제하는 데는 안전확보 외에 또다른 목적이 있다. ‘북에서 온 사람들(탈북자)’의 적발이 바로 그것이다. 중국은 97년 황장엽(황장엽)사건 이후 ‘제2의 황장엽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매우 신경을 쓰고 있다.

만약 또다시 그런 일이 발생하면, 남북한 사이에서 중국의 입장이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97년 말 한 탈북자가 당시 구오마오(국무) 빌딩 내에 있던 한국대사관을 찾아갔다가 건물 입구에서 무경들에게 붙잡혀간 것도 중국의 탈북자 적발 의지를 보여주는 예다.

하지만 정작 탈북자를 가로막고 있는 장벽은 대사관 쪽이 더 높다. 작년 말 북한을 탈출한 미사일 전문가 임기성씨 일행은 탈북 직후 우리 대사관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한다. 대사관측은 “자체 조사를 했지만 그런 전화를 받은 일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베이징 주재 한국 기업과 언론사에는 대사관의 지원을 거절당했다며 도와달라는 탈북자 전화가 숱하게 걸려온다.

그러다보니 한국 정부의 푸대접에 앙심을 품은 탈북자들이 한국인에게 보복하기 위해 범죄조직을 결성했다는 소문까지 베이징에 나돌고 있다.

겉으로는 탈북자들을 도와야 한다고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이들을 외면하는 우리 정부의 ‘조용한 외교’가 탈북자들의 희망과 용기를 더욱 무참히 꺾어놓는 것은 아닐까. /지해범 북경특파원 hbj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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