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원
연세대 교수·경제학

김대중(金大中·DJ) 대통령 정부의 대북정책 중에서 가장 논란이 되어 왔던 부분 중의 하나는 북한과의 경제협력이 될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무분별한 퍼주기라 비난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잠재적인 투자라고 옹호했다. 특히 이러한 갈등은 6·29 서해교전 이후 더욱 증폭됐다. 이제 우리는 보다 냉철하게 각종 경협의 득실을 따져보고, 무엇을 지속하고 무엇을 중단해야 할지 그 기준을 마련해 보도록 하자.

대북 경협은 그 형태와 목적에 따라 다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식량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인도주의적 지원이다. 둘째는 북한경제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전략적인 지원이다. 셋째로는 이러한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일방적 대북지원이 있을 것이다. 우선 인도주의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계속돼야 한다.

수백만의 북한 주민들, 특히 어린 초등학생들의 만성적인 영양실조 문제는 이미 국제적으로도 외면하기 힘든 인권문제로 대두돼 있다. 과거에는 지원 식량이 군사용으로 전용될 가능성에 대해 걱정했으나,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 식량은 대부분 옥수수와 밀로, 쌀을 주식으로 하는 군대에는 전용이 힘든 상황이며 또한 최근 식량배분의 투명성이 많이 제고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인도주의적 지원을 중단한다면, 국내외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두 번째, 전략적 경협은 남북한 모두에 가장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는 단순히 남한자본의 북한 이전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남한의 자본과 인력, 그리고 기술이 북한에 투입돼 단기적으로는 북한경제를 변화시키고 장기적으로는 남북한 경제를 통합시키는 효과를 지닌 경협이 될 것이다. 이런 경협이 지속될 때 궁극적으로 북한은 시장경제체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며, 특히 남한의 도움 없이는 경제를 운영하기 힘든 지경에 이를 것이다.

현재 북한에 진출해 ‘주문자생산방식’에 의한 생산을 확대하고 있는 남한기업들의 활동과 KEDO의 활동 등이 이 범주에 해당할 것이며, 이러한 경협은 지속적으로 심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경협의 형태는 바로 마지막 유형이다. 특히 이러한 지원 중에서도 북한에 경화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지원이 가장 큰 문제가 된다. 가장 대표적인 유형이 금강산 관광이 될 것이다. 이런 경협을 통해 북한에 들어간 외화는 사실상 북한당국이 이를 어디에 전용하는지 알 수가 없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지원규모가 매우 적은 액수에 불과하므로 큰 영향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실제로 국제기구와 남한의 각종 대북지원은 매년 4억달러 내지 5억달러 남짓했으며, 이 중 2억달러 정도가 세 번째 범주에 해당하는 지원이 될 것이다. 이는 남한 전체 국민소득의 200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미미한 금액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연간 총수출액이 6억달러 정도인 북한경제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외화유입이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북한의 군수산업은 대부분의 생산을 자급자족하고 있으므로, 약간의 외화를 가지고도 쉽게 군사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아마도 최근 몇해 동안 북한의 급속한 수입증가와 군사훈련 확대는 이러한 경화유입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잠재적으로 큰 문제점을 안고 있는 이런 유형의 경협은 이제 과감하게 철폐 내지 수정을 해야 할 것이다.

다행스럽게 최근 경협을 재고하자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다. 이젠 모든 경협을 확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북한을 도와주면서도 전략적으로 남한의 통일관과 일치하는 경협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북한체제를 변화시키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지, 현 체제를 장기간 유지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는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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