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庸玉
/국방대 초빙교수·전 국방부 차관

6·29 서해교전 사태는 우리 군(軍)은 물론 국민 모두에게 결코 한번 일어났다 지나간 과거사일수가 없다. 서해의 물결은 다시 잔잔해졌지만 우리의 마음에는 아직 분노와 자괴와 결의의 격랑이 맞부딪치고 있다.

북한 경비정으로부터 치명적인 선제기습 공격을 받은 우리 고속정의 해군 장병들은 참으로 용감했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배가 침몰되어가는 극한상황에서도 투철한 군인정신과 전투의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들이 치른 희생을 값지게 하는 것은 살아있는 우리 군의 몫이다. 무엇으로 이들의 희생을 값지게 하고 군의 사기를 북돋울 것인가.

우선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일은 군사대비 의식과 태세를 재검토해 강화하는 것이다. 북한군은 1999년 6월 연평해전 이후 서해상에서 과거에 안하던 짓을 과감히 시도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1999년 9월에는 ‘서해 해상 군사경계선’, 2000년 3월에는 ‘서해통항질서’를 일방적으로 선포해 우리의 관할수역을 북한의 수역으로 주장하면서 우리의 서해 통항로를 일방적으로 규제하겠다는 저돌적인 도발자세를 보였다. 2001년 6월에는 민간선박이 북방한계선을 불법침범해 서슴없이 우리 영해를 항해했고, 지난달에는 급기야 해상에서 선제 기습공격을 감행했다.

뿐만 아니라 이달 초 북한군은 우리 해군이 앞으로 격침된 고속정을 인양할 때는 구체적인 인양작업 계획을 북한군에 사전 통보해야 인양 시 군사충돌을 방지할 수 있다는 일종의 군사협박 성격의 새로운 도전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해왔다. 인양 지점이 북한 군사수역이기 때문에 한국 군함이 사전동의 없이 진입할 때는 군사적 자위권을 발동하겠다는 적반하장(賊反荷杖)의 궤변인 것이다.

이처럼 날이 갈수록 그 도를 더해 온 북한군의 공세적 도발은 더 이상 방치돼서는 안 될 것이다. 이는 북한과의 은밀한 대화나 협상에 의해서가 아니라 단호한 군사적 대응에 의해서만 억제될 수 있다. 이것은 대북정책이나 접적지역 교전수칙의 문제가 아니다. 군 기본임무의 문제다. 따라서 우리 고속정의 인양작전은 만반의 군사태세를 갖춘 가운데 공개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군의 사기와 자신감, 그리고 신뢰감은 군이 이러한 기본임무를 완벽히 수행할 때 유지된다. 이는 다른 데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군 스스로 창출해 나가는 것이다. 국민의 사랑과 성원은 그 다음이다.

한편 대북 군사작전에 관한 국론분열을 방지해야 한다. 이번 서해교전 중 우리 군이 취한 작전 경과와 교전 결과, 그리고 앞으로의 대처문제를 놓고 사회 각계각층에서 설전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언론기관 간에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여야간에 전혀 다른 견해와 처방을 내놓고 있다. 대북인식과 정책방향에 대해 이미 골이 깊어진 보수세력과 진보세력간의 대립이 이제는 대북 군사작전에 대해서까지 대립하는 형국이 될까 우려된다. 이러한 남남갈등, 국론분열 현상이 이번 서해교전 사태를 계기로 더 가시화되고 첨예화된다면 이는 군의 사기는 물론 우리 국방·안보태세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결과가 될 것이 분명하다. 군사작전에 관한 한 국론분열은 필히 방지돼야 한다. 이를 방지하는 것은 정치인과 언론인의 몫일 것이다.

끝으로 군은 군사작전에 대한 국민의 비판여론과 질타를 일단 격려의 채찍으로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바람직하다. 이번 서해교전에 대한 국방 당국의 감사결과에서도 군의 여러가지 취약점이 지적됐다. 따라서 군은 군 밖에서의 채찍을 군의 사기를 꺾는 것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보다 강력한 군을 원하는 사람일수록 이번 서해교전 사태에서의 피해를 더 안타까워 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새 국방부 장관을 맞이한 군의 사기 충천과 보다 가까워진 민·군 관계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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