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교전과 같은 비극이 발생했지만 관광 등의 남북 민간교류는 지속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삼임의장 이해학) 주최 금강산 대학생 통일탐구단(12∼14일) 행사에 참여한 대학생 320여명은 13일 '교전에서 비슷한 또래의 장병들이 희생된 데 대해 안타까워 하면서도 금강산 관광 같은 민간교류까지 정지시킨다면 통일의 길은 더욱 멀어진다'는 데 대체로 이견이 없었다.

이날 구룡폭포 등반길에서 만난 숭실대 생명정보학과 2학년 정유진씨는 '서해교전과 금강산 관광을 별개로 생각하고 싶다'면서 '관광 형식으로나마 서로 소통하고 접촉해 공통 인식을 가져야 통일이 앞당겨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경북대 행정학과 4학년 이수열씨는 '막상 북녘 땅에 와 보니 처음에는 낯설고 긴장되기도 했지만 결국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 살고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금강산 방문을 앞두고 서해교전이 터져 부모의 반대와 본인들의 걱정으로 극소수의 학생들이 불참하기는 했지만 대부분이 예정대로 여행길에 올랐다'면서 이번 경험을 앞으로 남북문제를 고민할 때 소중한 자산으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현대아산의 한 관계자는 '서해교전 이후 금강산 관광객이 크게 줄어드는 등의 변화는 없다'면서 '예약 부도율도 평소의 4∼5%와 거의 비슷한 5∼6%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남측 대학생들은 신계천, 옥류동, 구룡폭포에 이르는 산행길 곳곳에서 근무 중인 북측 환경관리원과도 조심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

북측의 한 환경관리원은 '양쪽의 이질감이 너무 커 통일까지는 20여년이 걸리지 않겠느냐'는 학생들의 질문에 '그렇게 오래 기다릴 수 있느냐'면서 '통일은 내일이라도 당장 돼야 한다'고 대답했다.

이 관리원은 또 '서해교전의 빌미가 된 북방한계선(NLL)은 미군이 일방적으로 그은 선'이라면서 '미군이 철수해야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남북 양측이 지금까지 실질적으로 관할해 온 영역을 서로 인정한다는 내용의 남북 기본합의서 조항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고 말해 학생들을 당황케 했다.

등반길 학생들은 곳곳의 암벽에 새겨진 거대한 선전문구와 김일성 주석 기념비 등을 바라보면서 다양한 반응을 나타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훼손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이상하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표현방식의 차이라고 생각한다'고 반응했다.

경북대 사회복지학과 4학년 김은성씨는 '월드컵을 치르면서 히딩크 감독이 영웅으로 부상하자 일부에서 동상까지 세우기로 하지 않았느냐'면서 '생소하기는 하지만 표현방식의 차이로 이해하고 싶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구룡폭포 등반에 이어 온정각 문화회관에서 사진전, 깃발 만들기, 퀴즈대회, 통일노래에 맞춰 춤 배우기 등 다양한 관련 행사에 참여한 데 이어 평양 모란봉교예단의 공연을 관람했다.

또 함께 방북한 록그룹 `안치환과 자유'의 공연을 보며 통일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금강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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