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희 춤 계승과 연구에 열중하고 있는 북한 국적 재일 무용가 백홍천(53)씨가 ‘최승희 무용 기본’을 가르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지난 98년과 99년 한국서 딸 백향주(25)의 ‘최승희 춤 재현 무대’를 선보였던 백씨는 이번에는 ‘리을 춤 연구원’ 초청으로 서울에 왔다.

최승희 춤 강습 첫날인 지난 4일 리틀 엔젤스 회관. 백씨는 땀을 뻘뻘 흘려가며 잠시도 쉬지 않고 수강생들을 몰아붙였다. 각 대학의 무용강사 등 젊은 고전무용 전공자들 20여명은 새로운 춤의 세계를 만났다. 해방 후 월북한 최승희가 58년 완성한 ‘무용 기본 동작’은 무용수들이 온 몸을 풀고 기초를 단단히 닦을 수 있도록 한 교본이다. 우리 전통 춤에 서양 무용을 접목해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틀을 갖추었다.

백씨는 “최승희 숙청 후 북한에서 ‘최승희’란 이름은 사라졌지만 북한 무용인들은 여전히 최승희 춤에 뿌리를 둔 기본 교육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크게 16가지 동작으로 구성된 ‘최승희 무용기본’은 우아하면서도 빠르고 신난다. 다양한 ‘발 구르기’ 등은 한국 전통무용에서는 별로 찾아볼 수 없는 동작이다. “희로애락 인간 감정을 모두 표현할 수 있는 ‘최승희 무용기본’만 제대로 다져 놓으면 살풀이, 승무, 칼춤 등 모든 춤을 소화할 수 있습니다. ” 백씨는 “일본 학생들을 상대로 가르치면 바로 따라오지 못하는데 역시 한국 무용인들은 처음부터 동작이 자연스럽다”며 “북한춤과 한국춤이 이질적인 것 같아도 역시 같은점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이날 강습을 받은 박연희씨는 “우리 전통 춤 기본 훈련은 호흡법 위주인 반면 최승희 기본 동작은 발레와 많이 접목한 것 같다”며 “훨씬 역동적”이라고 평했다.

/글=정재연기자 whauden@chosun.com

/사진=김진평기자 jp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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