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의 국제 정상회의인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서밋)가 6일 개막됐다.

뉴욕의 유엔 총회의장에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개막 선언과 연설로 시작된 이날 회의에는 약 150개국 국가 지도자들이 참석했다. 아난 총장은 “우리는 이 위대한 기구(유엔)를 강화하고 개조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모였다. 유엔은 21세기 인류가 기대하는 법치가 풍미하는 시대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각국 지도자 중 가장 먼저 연설을 한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대결을 극복하기 위해 화해를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협정 타결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또 유엔의 국제분쟁 개입을 옹호하는 한편 유엔 개혁을 촉구했다.

8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총회에서는 앞으로 15년내 극빈과 슬럼화, 문맹, 에이즈 등을 줄여나간다는 목표를 담은 ‘밀레니엄 선언’을 채택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는 빈곤퇴치와 평화정착이 큰 주제이다. 그러나 이 회의에 참가하는 150여개국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도모하기에 바쁜 일정을 보낼 예정이다. 때문에 이번 정상회의가 고상한 이념으로 가려진 추악한 정치선전장이 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선 5일 “제국주의의 심장부에 도착했다”고 일갈한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혁명평의회 의장은 이번 서밋을 지난 30년간 지속된 쿠바에 대한 경제 제재의 해제와 외교적 승인을 요구하며, 미국을 성토하는 기회로 삼을 예정이다. 카스트로는 또 유엔 안보리의 승인 없이 미국 주도로 코소보 공습이 이뤄진 사실을 겨냥, 소수의 강력한 국가들이 유엔을 종속시키는 것을 집중 비난하는 연설을 할 예정이다.

중국 장쩌민(강택민) 국가주석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역시 미국이 일단 차기 행정부로 연기한 국가미사일방위계획(NMD)의 불씨를 완전히 끄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장 주석은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의 단독 회담 및 서밋 행사에서 미국 측에 NMD를 완전히 포기하라는 압력을 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파키스탄의 군부 지도자인 페르베즈 무샤라프는 캬슈미르 분쟁과 관련, 인도 정부에 책임을 묻는 연설을 할 예정이다. 과도한 짐·몸 수색을 이유로 서밋 참석을 포기한 북한 측도 이날 이 사건 이후 미국을 “깡패 국가(rogue state)”로 부르며 격렬히 비난했다.

예년과 달리 3일의 각국 대표 기조 연설 기간 내내 뉴욕에 있을 클린턴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는 중동 평화 방안을 다시 모색하는 일. 7일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임시정부 수반과 각각 회담을 갖고 앞으로의 평화 회담 체결의 가능성을 다시 살핀다고 백악관측은 밝혔다.

이번 서밋에서 각국 대표들의 발언시간은 5분으로 제한돼 있다. 이같은 진행 절차상의 제한으로 인해, 일부에선 이번 서밋 행사가 예년처럼 자국의 이해 관계만을 따지고 인류 관심사는 공허하게 외치는 ‘말의 성찬(성찬)’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소리도 높다.

/뉴욕=이철민기자 chulm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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