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平吉
/연세대 교수·남북한 군사

북한해군이 한국해군 고속정을 선제 조준사격으로 침몰시킨 계획된 군사도발은 앞으로 어디서고 언제든지 계속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첫째 원인은 북한내부 사정에 기인하며, 둘째는 한국정부가 원인 제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주재 외국공관에 진입한 탈북자를 제3국을 경유해 한국에 송환하는 절차가 관례화되는 것은 한국과 중국정부의 암묵적 협조라고 북한은 보고 있다. 최근 만주지역에 유엔이 북한 탈북자를 수용하는 정착촌을 건설해 북한난민을 한국에 보내려는 계획은 북한주민의 대규모 한국 탈주를 부추길 것으로 보아 한국을 북한체제도전 경계대상으로 보고 있다.

더구나 김정일을 기아와 압제로 수백만 북한인민을 희생시킨 북한판 밀로셰비치로 몰고 가려는 부시 미국 대통령의 공세와 한국 및 서방세계 인권운동가들의 압력을 김정일정권 붕괴 시도로 간주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총폭탄으로 결사보위하자’는 선군주의(先軍主義)로 맞서고 있다. 선군주의로 무장한 북한의 공격 목표는 당연히 한국과 미국이다. 또한 월드컵 개최국으로 4강에 진출해 세계축제 한마당을 펼치는 한국에 가려진 북한을 세계에 알리는 유일한 현실적 대안은 한반도 지역에 무력시위를 겸한 군사도발이다.

따라서 우리 고속정을 격침한 동기가 3년 전 북한해군이 당한 연평해전의 복수전이든, 북한 체제위기를 부추기는 한국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군사적 표현이든, 북한의 건재함을 세계에 알리고 북한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이든, 군사도발은 북한 내부사정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김정일이 동의해 군부 강경파가 감행했든 군부 과잉충성 맹동분자가 저지른 행위이든 그 같은 군사도발은 북한내부 사정으로 계속될 것이다.

한편 북한의 군사도발은 현 김대중 대통령 정부가 동기를 유발한다고 볼 수 있다. 현 정부는 남북평화 정착이 한·미 안보군사동맹과 한국군 군사력 강화를 기반으로 해 정치·경제·문화 교류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김대중·김정일 정상회담에서 온다고 본다. 그리하여 군사안보 협상은 미국과 하고 한국은 ‘돈푼’이나 받아내는 파트너로 지목하는 북한 노선에 현 정부는 투명성 없는 물량공세로 순응하는 행동을 보이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후 정부는 북한에 군사적 자극행동을 자제하는 표시로 북한군을 주적(主敵)으로 보는 작전개념을 거두고 일선지휘관은 북한군과 조우할 때 적절히 대응하라는 모호한 정치적 지침을 주고 있다. 특히 김대중 정권이 들어선 현 시점에 국방부장관, 합참의장, 기무·정보사령관을 위시해 군의 작전 군령 지휘체계 선상에 있는 주요 보직이 특정지역 출신으로 편중돼 신군부 시절의 하나회가 현 정부 들어서는 ‘DJ(김대중) 하나회’로 새롭게 대체되는 경향마저 있다.

이들 DJ 하나회는 북한군의 선제 공격을 공세적으로 맞받아 격퇴하는 야전성에 충만한 직업 전투군인으로 행동하기보다는 확전이 두려워, 우리 고속정을 침몰시킨 북한군 경비정 격침을 포기하는 술책으로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구현하는 ‘햇볕정치군’으로 전락하고 있다. 바로 이 같은 한국 안보의 최대 취약지대를 김정일 군부정권이 노려 허점을 보일 때마다 끊임없는 군사공세를 펼 것이다. 필자 연구팀이 실시한 육·해·공군 장병 사기측정 결과 군 사기가 높다는 장병은 1981년에 30%, 1995년에는 10%로 나타났다. 최근 필자 연구팀이 새로운 연구를 위한 예비조사에서 군 사기는 더욱 낮아지는 경향이며 그 이유가 군의 주적 개념 모호화와 특정지역 편중인사이다.

군 수뇌부를 신종 햇볕정치군으로 만든 1차 책임은 김 대통령에게 있다. 김 대통령은 민주당 당적 이탈로 국회에서 정당 간 타협과 협상으로 합의를 도출하는 정치를 포기하고 있다. 이제는 차단기동이라는 전술에도 없는 교전규칙으로 연평 앞바다를 지키는 붉은 악마 참수리 용사를 사지로 몰아넣어 국군통수권마저 누수현상을 보이는 총체적 국정운영 부재에 스스로 단안을 내려 계속될 북한의 군사도발을 원천봉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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