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서해도발 이후 우리 사회의 피아(彼我) 대치구도에 혼선이 오고 있다. 등뒤에 ‘내 편’을 두고 ‘네 편’과 마주 대하는 게 원칙인데, 거꾸로 북한을 등 뒤에 감싸고 국내 여론에 맞서는 듯한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일부 방송이 집중 제기하고 민주당 관계자들도 솔깃한 반응을 보였던 ‘남측 꽃게잡이 조업 책임론’은 “북한 경비선이 북방한계선을 넘어와 우리 군 선박을 선제공격했다”는 이 사건의 본질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어선과 해군, 어로한계선과 북방한계선, 꽃게잡이 조업과 무력 도발 등 서로 질적으로 비교 불가능한 사항들의 선후를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이런 억지 논리가 북한도 아닌 우리 내부에서 먼저 나오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무례한 이웃이 우리집 대문 안에서 행패를 부리자 “알고 보니 우리 막내가 그 집 대문근처에서 어슬렁거렸다더라”며 제식구 탓부터 하는 격이다.

한국 정부가 미·일 정부측에 “이번 사건은 우발적”이라며 이해를 구했다는 외신 보도 역시 우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군 당국이 ‘계획적인 도발’이라고 규정한 사건을 무슨 근거로 그렇게 말했는지는 차치하고라도, 국제분쟁의 피해 당사자가 가해자의 입장을 이해해 달라고 주변국가에 부탁한 선례가 있기나 한지 궁금해진다.

정부와 민주당이 “금강산 관광 등 민간 교류협력은 지속한다”고 서둘러 입장을 정리한 것 역시 ‘피아 전도’ 현상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북한에 대해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낼 수 있는 ‘경협카드’를 훌쩍 던져버린 채 ‘햇볕정책’이 손상될까봐 국내 비판여론의 차단부터 서두르는 눈치다.

국가안보가 위협 받을 때 국민은 정부를 중심으로 단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내 편’과 ‘네 편’ 자체가 헷갈리는 정체성 혼란이 빨리 해소돼야 한다.
/ 金昌均·정치부 차장대우 ck-kim@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