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한국측이 북한의 6·29 서해 도발에 대해 우발적인 충돌일 가능성이 높으니 냉정하게 대처하자고 주문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온 2일, 우리 당국자들은 이를 “오보(誤報)”라고 부인하지 않았다. 대신 “북한이 큰 틀에서 전쟁을 위한 작전계획에 따라 도발을 시도한 것은 아닐 것이란 취지로 설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일 정상회담의 발표 내용 중 가장 중요한 대목도 ‘냉정한 대응’이었다. 이날 오후 귀국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냉정한 대응을 마치 일본측이 당부한 것처럼 설명했지만, 우리 당국자들 얘기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일본만이 아니라 미국에도 이미 ‘냉정한 대응’을 주문했다. 이런 주문과 함께 대북특사를 예정대로 북한에 보내달라고 거듭 부탁한 사실도 확인됐다.

당국자들은 우리 기대 대로 한·일 정상회담 발표문이 나온 것처럼, 미국도 움직여줄 것으로 예상했던지, 사건 발생 이후 연일 미국의 대북특사가 평양에 갈 것이며 미국과 얘기가 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3일 미국이 내놓은 답안은 정반대였다.
정부는 우방국에 냉정한 대응을 주문하면서 “김정일까지 연루된 것 같지는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우리 장병 5명이 전사·실종된 무력도발에 대해, 우방국에 ‘응징’을 공동보조를 요청하지는 못할지언정, 결과적으로 북한측을 변호해주는 것과 다름없는 발언을 할 수 있는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정세현(丁世鉉) 통일부장관은 방송에 나가 “북한에 경제 제재를 취하자는 주장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대북지원과 금강산 관광을 중단하면 우리가 더 큰 경제적인 피해를 보게 된다”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을 쏟아냈다.
참으로 이상한 정부이고, 이해하기 어려운 당국자들이다.
/權景福·정치부기자 kkb@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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