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5일 연세대 행정대학원에서 특강을 갖고 남북문제에 대한 자신의 그림을 밝혔다. 대학 특강도 드문 일이었지만 3단계 통일론을 바탕으로 한 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의 대북정책과는 여러 측면에서 차별적인 그림을 내보였다.

이 총재는 대북정책의 최종 목표는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 주민들의 자유 왕래에 두어야 한다고 말하고, 통일은 서로 다른 제도의 억지 짜깁기로 오는 것이 아니라 평화정착과 자유왕래가 실현되면 모르는 사이에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총재는 현 정부 대북정책의 문제점도 비판했다. 군사적 긴장완화 협상의 지지부진, 100명 이산가족 상봉 등 전시용 행사 위주로 흐르는 남북관계, 비전향 장기수는 보내면서 국군포로나 납북자들에 대해선 제대로 말도 못하는 상황, 대북정책을 결정하는 곳이 어딘지 확실치 않은 현상, 외교관례와 상식을 벗어나는 북한 페이스(pace) 일변도의 남북회담 등의 문제였다. 이 총재는 또 “북측에도 ‘언론’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있다면, 진정으로 변해야 할 것은 남측의 언론이 아니라 북측의 언론”이라고도 했다.

한편 이날 한총련 소속 연세대 학생 40여명은 ‘보수·반통일 국가보안법 철폐 않는 이회창은 물러가라’, ‘친미 수구(수구) 이회창 각성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이 총재는 특강 후 이들 때문에 한동안 대학원장실에서 머물러야 했다.

다음은 특강에서 이 총재가 가진 일문일답 중 일부.

―남북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연방제에 대한 입장은.

“수령의 절대권력을 인정하는 북측 체제와 자유민주주의 시장질서를 신봉하는 우리 체제를 연방제로 묶어 공통의 정치체제를 갖는다는 것은 억지 조합이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자유와 인권과 시장경제질서, 그것이 그대로 유지되는 통일을 원하고 있다. ”

―독일은 통일 후 동독 지도자인 호네커를 법정에 세우고 외국으로 추방했는데.

“과거사는 어느 시점에서든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지금 당장 제기하느냐 남북관계가 상당히 변한 뒤 하느냐 하는 전략적 판단이 있을 뿐이다. ”

―납북자, 포로 송환 문제에 너무 집착하면 이산가족 상봉이 어려워지는 것 아닌가.

“정부는 실용성도 추구해야 하지만 가치와 도덕도 중시해야 한다. 김정일 위원장도 ‘통큰 정치’를 입으로만 말할 것이 아니라 납북자, 포로를 과감하게 보내야 한다. ” /양상훈기자 jhyang@chosun.com

/윤정호기자 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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