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서해 도발에 대한 대응과정에서 나타난 우리 군(軍)의 행동은 허점과 의문투성이다. 초계함 2척을 포함해 첨단장비로 무장한 해군함정 8척이, 수동식 포(砲)에 의존하는 북한 경비정으로부터 선제공격을 당하고도 격침시키지 못한 것은 의문을 넘은 분노의 대상이다.

이번 서해전투 완패(完敗)의 원인은 현장 잘못보다는, 이들의 손발을 묶은 채 전투에 임하도록 한 김대중 정부와 군 지휘부의 문제였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오히려 우리 장병들은 전사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방아쇠에서 손을 떼지 않았고, 한쪽 손가락이 잘리자 남은 손만으로 탄창을 바꿔가면서 사격을 계속한 ‘용감한 영웅’들이었다. 문제는 강한 투혼과 월등한 장비로 무장한 우리 해군이 왜 이번 서해전투에서 철저하게 당했는가 하는 점이다.

그 답은 지금 우리 군이 직면하고 있는 ‘정체성의 위기’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나라를 지키는 마지막 물리적 저지선에 서있는 군이 적의 침입을 격퇴시켜야 한다는 기본임무마저 헷갈리게 된 데는, 우리 군 전체가 “절대로 북한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는 ‘DJ식 햇볕’에 짓눌렸기 때문이다.

서해참사의 직접적 원인이 된 ‘차단(遮斷)기동(밀어내기)’이라는 ‘교전규칙’상의 개념도 지난 99년 연평해전 승리 후 현 정부와 군 수뇌들이 ‘합참 예규’를 통해 강제 삽입했다고 한다. 해군은 이에 대해 ‘목숨을 담보로 한 작전’이라고 반발했지만 소용이 없었고, 결국 ‘손발이 묶인 상태’에서 사지(死地)에 내던져졌던 셈이다.

1일 거행된 숨진 4명 장병들의 영결식장은 오열과 분노로 가득했다고 한다. 시중에서는 김 대통령이 영결식장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 월드컵 관전차 일본으로 떠난 사실을 놓고 말이 많다. 유족들과 함께 통곡하는 국민들의 분노의 화살은 김정일 정권뿐 아니라 김대중 정부와 그들의 그릇된 정책을 함께 겨냥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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