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신 국방장관은 국회 국방위에서 “(현장 대응 등에서 나타난) 관련자의 잘못이 밝혀지면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며 “본인도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라고 했다.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먼저 자신의 책임을 통감하는 자세를 보이는 게 공인이자 군 최고지휘관의 자세일 것이다.
이번 사태의 한 원인이 된 교전수칙의 경우, 확전(擴戰) 방지에 집착한 나머지 모든 대응을 ‘경고방송 경고사격 위협사격 조준사격’으로 단계화하고 있어 현장의 긴박한 상황에 대처할 수 없었다고 한다. 김 장관이 국회에서 뒤늦게 “교전수칙을 재정비하겠다”라고 밝힌 대목은 무책임의 극치다. 아까운 장병들의 목숨을 잃은 뒤에야 비로소 문제를 발견했다는 것인가.
이번 사태에 대한 현장 대응 등 세부적인 경위 조사는 국방부 차원에서 진행되겠지만, 우리 군이 어떻게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에 대해서는 국회 등의 국가적 차원의 조사와 책임 추궁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책임을 모두 군(軍)으로만 돌려서는 안된다. 김대중 정부 출범 후 등장한 대북인식의 혼란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당사자가 바로 군이기 때문이다. 우리 군이 적의 공격을 무조건 격퇴한다는 군의 가장 기본적 사명조차 헷갈리게 된 데는 북한을 자극해서는 안된다는 햇볕정책의 위세에 눌렸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참사는 김 대통령과 임동원 청와대 특보 등 ‘햇볕 전도사’들에게 궁극적인 책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