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信
/백범기념사업회 회장

오늘 우리는 백범(白凡) 김구(金九) 선생 53주기를 맞는다. 백범이 우리 민족의 발전과 인류의 평화를 위해 남긴 이정표는 여전히 후손들의 가슴에 뚜렷이 남아 있다.

지금 인류는 정보화로 인해 세계가 하나의 지구촌이라 불릴만큼 가까워지고 국가간의 국경도 낮아지고 있다. 그러나 지구촌에는 민족간의 갈등과 전쟁이 끊임없어 무고한 생명을 앗아가기도 하고, 민족간의 증오는 인류를 전쟁과 테러의 공포에 직면하게 하는 사태로까지 치닫고 있다. 백범이 일찍이 역설했듯이 각 민족이 서로의 자주성과 자존성을 인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민족간 화합과 공존공영을 추구했었다면 인류는 지금보다 더 평화롭고 안정되게 번영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많은 역경에도 불구하고 각 분야에서 발전을 지속해 세계속에서 그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온 국민이 극심한 곤란을 겪었던 수년 전의 경제위기는 대부분 극복되고 새로운 경제적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백범은 우리 민족이 분단이라는 비극 앞에서 절망하고 있을 때, “나는 우리나라의 청년남녀가 모두 과거의 조그맣고 좁다란 생각을 버리고, 우리 민족의 큰 사명에 눈을 떠서 제 마음을 닦고 제 힘을 기르기로 낙을 삼기를 바란다. 젊은 사람들이 모두 이 정신을 가지고 이 방향으로 힘을 쓸진대 30년이 못하여 우리 민족은 괄목상대(刮目相對)하게 될 것을 나는 확신하는 바이다”라고 희망을 준 은덕에 힘입어 우리는 눈부신 발전을 이룩하게 된 것이다.

백범은 “내가 원하는 우리 민족의 사업은 결코 세계를 무력으로 정복하거나 경제력으로 지배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직 사랑의 문화, 평화의 문화로 우리 스스로 잘 살고 인류 전체가 의좋게, 즐겁게 살도록 하는 일을 하자는 것이다”라고 우리 민족이 참으로 잘 사는 길이 무엇인지를 제시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열리고 있는 월드컵에서는 인류가 서로의 기상을 드러내고 화합과 협력의 정신을 구현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 세계적인 축제 속에서 우리의 젊은이들과 국민들은 단합된 힘과 질서의식으로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민족이 세계 만방에 사랑의 문화, 평화의 문화를 전파해 인류가 공존공영하는 문화를 만드는 과제를 주도할 수 있도록 백범이 지하에서나마 도와주기를 기원한다.

백범이 항일 독립운동을 할 때, 일부 인사들은 날로 강해지는 일제를 보고 우리의 독립을 비관했다. 백범이 통일정부 수립에 매진할 때에도 국내 많은 인사들은 미국과 소련에 의지하면서 백범이 국제정세에 어두워 비현실적인 길을 간다고 매도했다. 이에 백범은 “현실적이냐 비현실적이냐가 문제가 아니라, 정도(正道)냐 사도(邪道)냐가 생명이라는 것을 명기하여야 한다”고 절규하며 남북연석회의 참석을 결행했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호전됐던 남북관계가 최근 답보상태에 있으나 백범이 말한 것처럼 ‘통일은 민족의 지상명령’이므로 우리 후손들은 통일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야 할 것이다.

3년 전 정부의 지원과 백범을 흠모하는 국민들의 관심과 격려 속에 시작된 백범기념관이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기념관이 효창원(孝昌園)에 우뚝 서면 백범의 생애와 사상에 대한 연구, 각종 자료의 수집과 전시를 통해 우리의 젊은 세대들이 통일국가 건설과 인류의 평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도장이 될 것이며, 아울러 우리 민족이 나아갈 길을 제시해 주는 이정표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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